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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혜, 울고 또 울고…그럼에도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입력 2013-02-04 10:37 

드라마 내내 그녀만 보면 그저 먹먹했다. MBC 드라마 ‘보고싶다의 비련의 여주인공, 이수연 역의 윤은혜(29).
‘살인자의 딸이라는 멍에도 모자라 뜻하지 않게 성폭행까지 당했다. 잊고 싶은 아픔이 너무 컸기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고통을 잊기 위해 180도 다른 삶을 살며 웃음으로 자신을 포장했지만 수연의 큰 눈망울에는 늘 눈물이 고여 보였다.
연기 데뷔 후 지금까지 8년째. ‘로코퀸이라는 수식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렸던 그녀가 지금까지 해왔던 인물들과 도무지 매치가 안 되는 캐릭터로의 변신이었다. 시청자로서 수연의 감정선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았는데, 수연을 연기한 당사자는 하물며 어땠을까.
처음엔 힘들었는데 마무리될 때는 오히려 제일 편했어요.” 의외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윤은혜만의 이유가 있었다.

인물을 설명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았거든요. 수연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설명도 없고 해답도 없잖아요. 하지만 수연이가 엄마와 재회하고, 정우에 대한 오해가 풀리면서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오히려 쉬워졌어요. 캐릭터가 치유됐기 때문에 종영 후 윤은혜로 돌아왔을 때도 더 편해졌죠.”
그녀는 마지막 이수연의 모습이 실제 자신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여느 드라마 종영 후와 달리 이수연을 떠나보내는 데, 혹은 비워내는 데 대한 부담이 없었다 했다.
하지만 이수연으로 산 두 달 여의 하루하루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1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이수연이 한정우를 만난 직후 장난(!) 치던 초반을 제외하고는, 중반부터 거의 매일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울고 또 울었다.
그야말로 ‘눈물과 ‘오열로 점철된 나날들이었다. 이제는 ‘눈물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윤은혜의 눈물 스토리를 들어봤다.
계속 우는 장면을 찍으니까 오히려 힘들지 않더라고요. 요령을 피웠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어떤 작품에서는 그런 감정 씬들이 잘 안 나오거나, (어쩌다 등장하는 눈물씬에 대한) 부담감에 ‘잘 해야지 하는 게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씬이 너무 많았으니까. 이번에는 수연이가 굳이 눈물을 안 흘려도, 감정이 오히려 잘 잡힌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눈물이 계속 나고. 물론 계속 그런 씬을 찍으면 힘들고 진이 빠지긴 하더군요. 눈도 잘 안 떠지고. 붓기도 엄청 붓고요”
윤은혜는 촬영 내내 한두 시간 밖에 못 자는데, 전날 울고 그 다음날도 우는 장면을 찍으려면 눈이 가필드처럼 부어 있었다. 2주 내내 울 때는 너무 힘들었다. 또 울어? 이런 생각도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상대 배우가 울 때도 저도 눈물을 흘려주거든요. 그러면서 서로 더 열심히 하죠. 상대가 우는 걸 보면 눈물이 저절로 나요. 아직까지 안약을 넣어서 연기를 맞춰본 적은 없어요.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실제 우는 것에서 상대의 감정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렇게 연기한다 생각하면 거의 하루 종일 운다고 볼 수 있죠.”
눈물로 점철된 시간들. 궁극에 윤은혜에 대한 평가는 호평 일색이었다. 당사자로서는 더는 듣고 싶지 않을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도 뒤따랐다. 1년 반 만의 성공적인 안방극장 컴백. 하지만 초반에는 꽤나 긴장했단다. 명품 아역들 때문이다.
아역들에게 너무 관심이 많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기도 했지만, 부담도 됐어요. 저 같은 경우, 워낙 초반에 논란이 많았던 배우라, 작품 할 때마다 긴장해요. 늘 질타를 받다 호평으로 넘어가는 편이었죠.”
윤은혜는 열심히 하면 (혹평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더라”며 말을 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대중에게는 기존과 다른 이미지에 대한 도전으로 보일 수도 있었고, 혹시나 안 어울린다고 하면 어떨까, 아역들이 너무 잘 해서 비교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어요. 아직 등장하기 전 촬영장에서도 심장이 두근두근했어요.”
오랜 시간 그녀를 괴롭혔던 악플과, ‘두고보자는 식의 시선에 대한 트라우마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진 않을 터다. 하지만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웃음에 함께 웃고, 그녀의 눈물에 함께 슬퍼하고 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이제 서른살이 된, 배우 윤은혜 성장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더하우스컴퍼니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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