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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최해갑’ 김윤석, 어딘가 있으면 좋겠다
입력 2013-02-04 10:01 

최해갑(김윤석)은 괴짜다? 수신료를 왜 내야 하느냐”며 TV를, 감시받는 것 같다”며 동네 CCTV를 부숴버렸다. ‘국민연금이 국민의 의무라며 멋대로 돈을 내라고 하는 국가의 국민은 안 하겠다고 선언한다.
영화 ‘남쪽으로 튀어(감독 임순례)의 주인공인 영화감독 해갑은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라는 다큐멘터리로 국가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10여 명의 팬들도 거느리고(?) 있다. 과거 사상 불순으로 전과 이력도 있어 국정원의 감시를 받기도 한다. 몇 개월씩 살기 좋은 곳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나 있기도 하고, 가훈은 ‘가지지 말고 배우지 말자다.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할 수 있고, 학교가 아닌 사회에서 깨닫는 배움이 훨씬 가치 있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가르침이다.
일반 사람들과 너무도 달리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니 해갑은 괴짜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도 과거에는, 또는 미래 언젠가는 한 번 생각해봄 직한 것들을 해갑은 문제시한다. 그는 2시간여 동안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물론 처음에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꽤 많을 거다. 응당 불합리한 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극 중 아이들도 아빠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엄마 안봉희(오연수)의 영향 때문인지 아빠의 생각과 결정에 대체로 수긍한다. 관객도 어느새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부당한 현실에서는 도저히 못살겠다며 남쪽으로 향하는 해갑네 가족. 섬에 정착했지만, 국가와 자본은 이곳에서도 이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남쪽의 살기 좋은 ‘들섬을 리조트로 만들겠다는 욕심 많은 자본과 국회의원 등과 싸우려 팔을 걷어붙인다. 이들의 섬 정착기는 성공할 것인가?
이 얼토당토않은 소재와 이야기 전개는 꽤 흥미롭다. 일단 김윤석이 이를 가능하게 만든다. 그가 원래부터 최해갑이었던 듯 너무나 자연스럽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에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차림이 영화 ‘완득이의 동주 선생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고 해야 할까.
상대에게 거리낄 것 없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주먹도 불사하는 인물이다. 가출한 아들이 전화해 집에 안 들어간다고 했는데도 반응은 그래”라며 ‘쿨하다. 돌아온 아들을 보자마자 ‘헤드락을 걸고, 그 난리 통에 자취하겠다고 집을 나서는 딸은 또 그냥 보낸다. 아들에게는 여전히 ‘암바 기술로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다.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스스로 살 힘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가지지 말고 배우지 말자는 가훈을 실천하는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해갑은 섬에서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고 물고기도 잡는다. 허름한 집에, 먹는 것도 도시와는 너무 다르지만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지상낙원이 이런 곳이 아닐까 할 정도다.
영화는 우리 사회 문제점을 많이도 짚어낸다. 뉴스에서 봤던 이야기들을 빗댄 에피소드들로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꽤 된다. 후반부의 인질극이 다소 어수룩해 보아긴 하지만 해갑의 방식이 왠지 끌린다. 통쾌한 장면도 꽤 많은데 관객은 현실에서는 해갑의 방식이 통할 수 없음을 경험으로 안다. 그래서 더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 같다.
누군가는 이런 삶을 살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이 삶을 보고 멋져 보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갑네는 자유롭고 즐거워 보인다. 해갑을 뒤따르는 부인과 아이들이 있어서일 수도 있겠다. 용기를 내 도전하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어딘가에는 누군가가 해갑네 가족처럼 살고 있으면 좋겠다. 김윤석의 말마따나 대신 카타르시스를 느끼긴 좋은 영화다. 121분. 15세 관람가. 6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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