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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점정 못 찍은 ‘보고싶다’, 해피엔딩은 무리수였다
입력 2013-01-18 10:37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가 종영했다. 권선징악, 용서와 화해 그리고 첫눈 내리는 날 남녀 주인공의 로맨틱한 결혼이라는 그럴듯한 ‘해피엔딩이지만 어딘지 석연치 않다.
사실 ‘보고싶다가 해피엔딩으로 가기엔 무리수가 컸다. 그동안 벌여놓은 일, 잔혹한 사건사고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시절 충격과 모성 결핍으로 인해 싸이코패스형 인간으로 성장한 형준(해리/유승호 분)은 수연(조이/윤은혜 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이를 살인 혹은 살인교사, 연쇄살인마가 됐고, 존재의 이유였던 수연에게까지 살인 누명을 뒤집어씌우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해리야 다 죽이고 우리 지옥가자”는 한 네티즌의 의견이 온라인에서 힘을 얻었으랴.
수연을 위해 순정과 목숨까지 바치려 했던 정우(박유천 분)는 어떨까. 사실 박유천은 ‘보고싶다 간담회 당시 새드엔딩으로 끝나도 좋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비극적 결말로써 극의 완성도를 살리고 싶은 것은 비단 배우의 욕심만은 아니었을 터. 그간의 숨가쁜 전개를 떠올리면 주, 조연 중 누군가의 죽음도 드라마 속 생명 경시 트렌드(?)로 보이지 않을 개연성이 충분했다.

하지만 작가는 모두를 살렸다. 단 수연을 대신해 총에 맞은 정우는 10개월 후,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것을 얻은 반면, 경찰이 쏜 총에 맞은 형준은 뇌손상으로 기억을 잃은 채 마치 자신의 어머니와 같이 감금된 채 생을 마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것을 잃은 결말을 맞았다.
물론 정우 혹은 형준이 죽는다는 설정은 수연에게는 너무도 가혹하다. 인생 초년, 갖은 시련과 불행을 모두 맛본 수연에게 남은 인생마저 슬픔 속에서 살게 하는 것은 드라마라 해도 너무 인정사정 없는 결론일 수 있다. 하지만 삼자대면의 장소인 창고에서 울려퍼진 세 발의 총성, 그 이후의 전개는 놀라울 정도로 긴장감을 놓아버린 듯 하다.
결국 정우와 수연은 첫눈 오는 날, 약속대로 둘만의 작은 결혼식을 치른다. 최종회차 한 편 만으로는 참 예쁘고 착한 엔딩이지만, 10주 동안 ‘보고싶다에 몰입해 온 시청자들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힘든 결말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극의 마지막에 삽입한 아역 3인방이 놀이터에서 해맑게 웃는 모습은 결말에 분노했던 ‘보고싶다 시청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치유해준다. 첫사랑 수연에게 자신의 꼬마삼촌 형준을 소개하는 정우의 미소. 그들의 장난감, 노란우산. 이렇게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여운은 강하지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보고싶다 최종회다.
이날 방송된 ‘보고싶다는 11.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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