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은 스크린 독과점 문제로 시작된다. 오랜 시간 김 감독이 투쟁해온 문제다. 김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멀티플렉스의 독과점을 지적했다. 다양한 꼼수로 관객 수를 늘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도둑들과 ‘광해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 감독은 최근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주최하는 제32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올해 1000만 영화 두 편도 진심으로 축하한다. 영화 자체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영화인들의 노력도 굉장히 높이 산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라면서도 한 가지, 백성의 억울함을 말하는 영화가 멀티플렉스 극장 독점을 통해서 영화인들을 억울하게 한 것은 많이 아쉽다”고 짚었다.
이에 앞서 ‘피에타의 황금사자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도 ‘도둑들 같은 영화가 여전히 1000회, 1500회 이상 상영하고 저희 영화 상영 회수는 400~500회 정도다. 좌석 점유율이 15% 정도에 불과한 데도 여전히 천만의 기록을 내기 위해 상영 횟수를 줄이지 않고 있다. 그게 도둑들이 아닌가 한다”며 언어유희적인 발언을 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돈이 다가 아니지 않은가. 1대 1로 싸워서 지면 당당하게 지내는데 편법과 독점, 마케팅으로 지면 화가 난다”고 일갈했다.
김 감독이 울분을 토해내는 스크린 독과점을 이야기하면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괴물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 김 감독은 MBC TV ‘100분 토론에 토론자로 나와 스크린 독점 문제를 성토했다. 620여개 상영관이 열린 ‘괴물에 비해, 김 감독의 ‘활은 고작 1개관에서 상영돼 1400여명이 봤을 뿐이었고, ‘시간도 적은 상영관(12개관 2만8000여명)으로 관객을 맞았다. 김 감독은 ‘괴물은 잘 만든 영화지만 600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다는 게 문제”라고 짚었었다.
지난해 김 감독은 유럽에 머물며 영화 촬영과 작품 구상을 하면서 언론에 메일을 보내왔다. 자신의 애제자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가 극장에 걸려 있을 때였다. ‘풍산개는 김 감독이 영화 ‘비몽 이후 오랜 만에 제작에 뛰어든 작품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곧 개봉하는 전쟁 영화가 개봉 이삼일 전부터 약 180개 극장에서 2회씩 변칙 상영한다고 하는데, 몇 개 남은 극장을 간신히 입소문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풍산개를 비롯한 작은 규모의 영화들이 불쌍하지도 않나보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시 멀티플렉스의 변칙 상영을 비롯해 스크린 독점에 문제를 제기했고,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인들에게 받은 상처 등으로 칩거에 들어간 김 감독이 3년 만에 연출한 영화 ‘아리랑이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으며 세상에 다시 돌아왔을 때라 관심은 컸다.
김 감독의 제자로 있던 장훈 감독이 연출 데뷔한 영화 ‘영화는 영화다의 기억도 그리 좋지 만은 않다.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가 참여한 작품 가운데 대박이 난 영화였는데도 배급사·수익 구조 문제 등으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돈을 챙기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이 영화는 장 감독과 결별한 단초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장 감독은 주목받는 신인 감독이 됐고, 메이저인 쇼박스와 손을 잡고 김 감독을 떠났다.
아울러 김기덕 감독은 지난해 변칙 상영을 지적한 영화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고지전이었음을 알 수 있게 지칭했다. 꽤 높은 흥행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기대했던 ‘고지전은 장훈 감독의 작품이었던 터라 관객들의 미움을 받았다.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독점은 오랜 시간 이어져왔다. 작은 영화들은 언제나 항변한다. 외국영화들도 대작이 아니고서야 한국 극장에 소개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람객들도, 메이저 대기업도 이를 알고 있지만 바로 잡지 않으려 한다. 대기업은 늘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예매율 등을 통해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길 원하는 사항을 반영한 것”이라고.
김 감독은 스크린 독점을 짚으며 몇몇 방송에서 프랑스에 있는 멀티플렉스는 상영관 각각에 저마다 다른 영화가 걸려 있다”고 영화 선진국의 시스템을 부러워했다. 영화 ‘남영동1985로 곧 돌아오는 정지영 감독은 더욱 광범위하게 멀티플렉스의 독점에 대해 지적했다.
한국영화가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는 것을 신나하지 말라. 미국사람들은 자기 나라 영화 밖에 못 보는 시스템인데 그거야 말로 엄청난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도 한국 영화만 보게 되는 건 불행한 일이다. 일본이나 아프리카, 남미, 유럽 영화를 보며 다양한 문화를 향유해야 삶이 풍부해진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