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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방극장 황태자’ 박시후, 사이코패스로 변하니 ‘대박’
입력 2012-11-10 08:46  | 수정 2012-11-12 19:10

남자치고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 싶었다. 술 담배를 안한다는 배우 박시후는 원래 잘 웃는다. 낙천적이고 기분파다. 그래도 남성적인 기질이 많다”고 말하며 또 웃었다. 그런 그에게 사이코패스 역은 파격 변신이라 할 수 있다.
어휴, 말도 마세요. 촬영하다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혹독한 첫 경험, 그러나 그 어떤 작품보다 만족도가 크다. 박시후(35)는 완성된 작품을 보니 보면 볼수록 더 좋다”고 했다.
8일 개봉한 ‘내가 살인범이다(정병길 감독)는 박시후에게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동시에 파격 변신을 보여준 터닝포인트 같은 작품이다. 첫 작품이니 애착이 가고 혼신의 연기를 펼쳤던 건 당연지사.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자마자 시속 60㎞로 달리는 차 위에서 와이어에 매달린 채 10일 간을 촬영했다. 위험천만한 장면이었지만 스턴트맨을 쓰지 않았다. 영화는 원래 이렇게 힘들게 찍어요?”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러나 볼멘소리는 통하지 않았다.
대본을 받았을 때 상상이 안 갔어요. 화면에 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보였고 크로마키 기법으로 촬영할 줄 알았죠. 근데 감독님이 서울액션스쿨 출신에다 ‘우린 액션배우다 만들었던 분이시잖아요. 본인이 가능한 액션은 다른 사람도 쉽게 소화할 거라 생각했나봐요. 깨진 자동차 유리에 머리를 받쳤는데 ‘괜찮냐고 묻지도 않고 ‘한 번 더 갑시다 하더군요.”
가장 힘들었던 신은 따로 있다. 철저한 몸관리가 뒤따랐던 수영장 신에서다. 막상 차가운 물에 풍덩 뛰어들어 촬영을 해야 할 땐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다이빙을 했는데 미지근하게라도 데워놓을 줄 알았는데 찬물이더군요. 10분도 버티기 힘든데 10시간 이상을 찬물에서 촬영하니 동상이 걸릴 정도로 힘들었죠. 더구나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머리가 핑 돌더군요. 편집본에선 거의 다 편집되고 상반신만 나와서 좀 투덜댔더니 풀샷을 넣어주셨더라구요. 하하!”
‘내가 살인범이다는 공소시효가 끝난 후 살인참회 자서전으로 스타가 된 연쇄 살인범 두석(박시후)과 그를 어떻게든 잡아 넣으려는 형사 최형구(정재영)의 대결을 그린 액션 스릴러물이다. 박시후는 양면성을 지닌 이두석 역을 맡아 선과 악을 넘나드는 연기를 펼쳤다.
극중에서 이두석은 ‘한류스타 박시후의 삶과 비슷한 행보를 연기한다. 여성 팬들의 환호를 받고, 뜨거운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한다. 레드카펫 위에서 보여준 한류스타 박시후의 친절한 미소는 이번 영화에서 섬뜩함으로 다가온다.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짓는 표정에 등골이 오싹해지고 소름이 돋는다.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희대의 살인범 이두석이다.
데뷔 초부터 살인범이나 사이코패스 같은 역을 해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죠. 이중적인 성격을 연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죠. 7년 전 데뷔 직후 영화 캐스팅이 무산된 적이 있어요. 하기로 결정했는데 다른 배우로 바뀌었다며 프로젝트 자체가 엎어진 거죠. 그래서 영화 출연에 더욱 신중했던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정재영 선배가 함께 출연하시니 ‘난 살짝 묻어가도 되겠네 했죠.(웃음)”
드라마 ‘공주의 남자의 강행군에 지쳐있을 무렵 받은 시나리오. 보지도 않고 그냥 두 달만 쉬고 싶다”고 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다른 작품을 할 체력이 아니었다”. 그냥 한 번 읽어만 보라는 얘기에 시나리오를 훑었는데 빠지고 말았다. 스토리가 매혹적이었다.
영화를 찍고보니 반응이 너무 기대가 돼요. 드라마는 그날 그날 모니터 하면서 쌓아가는데 이건 갖고 있던 걸 한 번에 풀어버리는 셈이죠. 시사 후 관객 평가도 4.5 이상 나왔다고 하는데 몇 년만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점수라더군요. 한 500만 넘었으면 괜찮을 것 같고. 손해는 안봤으면 좋겠어요.”
박시후는 10년 무명을 화려하게 견뎌낸 잘 여문 배우다. 고생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얼굴이지만, 연극 포스터 붙이고 전단지도 돌렸다. 단역생활을 전전하면서 기회를 기다렸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는 길이었다고 한다.
박시후는 막막했지만 언젠가 잘 될 거라 여겼다. 그런데 10년이 걸리더라”며 빙그레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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