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로 가는 길
입력 2012-11-05 11:19  | 수정 2012-11-05 17:38
예상은 했지만, 이토록 험할 줄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후보 단일화 과정을 말하는 겁니다.

대선 후보 등록을 불과 20일 남겨둔 상황에서 양측은 단일화 관련한 접촉 한번 갖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향해 연일 후보 단일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말하곤 있지만, 안철수 후보에게는 그런 문 후보의 절박함이 와 닿지 않는 모양입니다.

지난 주말을 전후해 두 차례나 만난 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서로 할 말이 많았지만, 정작 중요한 얘기는 각자 따로 기자회견을 통해 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문재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1월4일)
- "대다수 국민이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권교체를 위해 저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해서 힘을 합쳐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저와 안철수 후보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또 안철수 후보도 저와 마찬가지로 단일화의 의지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없습니다. 선거를 45일 앞두고 있고, 후보등록일은 20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국민은 정말 단일화가 될 것인가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철수 후보에게 제안합니다. 단일화의 시기와 방법을 합의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충분히 논의하도록 합시다. 저에게 유리한 시기와 방법을 고집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방안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논의를 시작합시다. 먼저 우리가 단일화할 것이라는 원칙, 그리하여 힘을 함께 합쳐서 대선에 임할 것이라는 원칙만큼은 하루빨리 합의해서, 국민에게 제시하도록 합시다. 저는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믿습니다."

마음이 급한 문 후보로서는 이제 단일화 방식에 대한 유·불리도 따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만일 후보단일화 방식으로 여론조사 방식이 확정된다면, 문재인 후보로서는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문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대등 또는 약세이기 때문입니다.

문 후보의 말은 그런 불리함에도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일까요?

이제 후보 단일화의 공은안철수 후보에게 넘어간 듯 보입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여전히 민주통합당이 공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후보 단일화를 하기 위한 전제 조건인 정치쇄신이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지난 2일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11월2일)
- "지금 정치 개혁을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정권교체를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양쪽 분들 다 이게 다른 생각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두 의견끼리 싸우기도 합니다.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둘 다 이루면 최선이라고 봅니다. 정권교체만을 바라보나, 그걸 바라보는 분들도 민주당 지지자들도 오랫동안 열심히 하셨고 정치 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 잘못 없습니다. 지지자 분들 잘못 없습니다. 오히려 계파를 만들고 총선을 망친 분들이 잘못입니다. 아무리 정권교체만을 바라시는 분들도 지금 이 시기가 선거전에 정치 개혁도 원하시면 이룰 수 있습니다. 정치개혁 하라고 요구하셔야 합니다. 정권교체도 이뤄져야 민생이 해결됩니다. 정권교체만 하면 여전히 여소야대 됩니다. 그럼 새누리당은 발목 잡을 겁니다. 경제민주화도 반대할 겁니다. 정말 민생 해결하려면 두 가지 다돼야 합니다."

정치개혁과 정권교체는 둘 다 동시에 이뤄야 하지, 어느 것 하나만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민주당이 나름 쇄신안을 내놓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일까요?

특히 지난 총선에서 계파를 만들어 총선을 망친 분들이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누굴 말하는 걸까요?

혹 이해찬-박지원 지도부와 친노 인사들을 말하는 걸까요?

지난 주말 이해찬 대표와 친노 인사들은 안 후보의 말을 듣고 매우 불쾌해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논란이 커지자, 안철수 후보는 서둘러 해명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11월4일)
- "제가 인적쇄신에 대해서 말씀드린 것은 아니었고 정말 국민이 정치쇄신이 되었구나 하고 판단하시는 순간이 정권교체 성공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번 기회 통해 말씀드렸는데 지지율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가진 진정성 정치개혁이 있어야 정권교체 가능하다는 그 말씀 계속 드리고 싶습니다."

안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인적 쇄신이 다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국민이 볼 때, '아 민주당이 바뀌었구나, 정치쇄신이 됐구나'하고 느껴야 한다는 겁니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속이 탈 노릇입니다.

정치쇄신의 방향은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고, 남은 것은 인적 쇄신인 것 같은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하니 말입니다.

안 후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말해주면 좋으련만,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문재인 후보로서는 최대한 안 후보 마음에 드는 정치쇄신 안을 만들어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내 야합니다.

문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1월 5일)
- "새정치위원회의 정치혁신 방안이 시민사회나 전문가, 일반 국민이 볼 때 가장 합리적이고 필요한 방안이라는 공감대가 이뤄진다면 무소속 안철수 후보 쪽도 수긍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정치 비전을 제시하는 것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민주당이 먼저 쇄신된 모습 보이는 게 필요합니다."

문 후보의 설명을 빌리자면, 새정치위원회는 사실 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쪽이 후보 단일화를 위한 정치쇄신방안을 논의하는 기구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 후보 쪽이 거부해 민주당 독자적으로 새정치위를 출범시켰다는 얘기입니다.

어쨌든, 문 후보는 안 후보가 말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쇄신이라는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보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안 후보를 후보 단일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차원인지, 아니면 문 후보가 후보 단일화와 관계없이 스스로 생각한 정치쇄신의 방향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민주통합당 새정치위원회가 얼마나 빨리 정치쇄신안을 내놓는지가 후보 단일화의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그게 나오고, 안 후보 쪽도 만족한다면 후보 단일화는 의외로 빨리 결론에 도달할지도 모릅니다.

안철수 후보 쪽도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다고 했으니 후보 단일화 방식은 쉽게 합의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도 곧 사퇴할 것이란 말이 들리니 인적 쇄신도 빠르게 진행될 모양입니다.

문재인 후보 쪽이 안철수 후보를 만족하게 할 만한 정치쇄신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안 후보 쪽도 이제는 그 안을 받아들여 후보 단일화 협상에 임하게 될까요?

양쪽 모두에게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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