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행보를 놓고 다시 보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 후보는 어제 뉴라이트 성향 단체인 '선진화시민행동'이 개최한 한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다시 한번 NLL 얘기를 꺼내며 보수층을 자극했습니다.
박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10월24일)
- "수많은 장병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NLL을 포기하는 거 아니냐는 정당한 질문에도 무조건 비난만 하고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당시 노무현 정권에서 책임졌던 이들이 명확히 밝히면 될 일인데 국민의 의구심만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피땀 흘린 한국이 잘못된 선택으로 무너지는 거 아닌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오셨을 겁니다."
박 후보는 대선 후보 선출 직후 이희호 여사를 찾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았습니다.
젊은 20~30대를 만나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대통합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마치 작심한 듯 보수 성향의 단체를 찾아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선거 전략이 대통합보다는 보수층 다지기로 바뀐 걸까요?
바깥 토끼보다는 우선 집토끼를 잡겠다는 것일까요?
박 후보의 이런 행보는 아무래도 '정수장학회'와 관련한 후폭풍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박 후보 기자회견 직후 당 안팎에서는 '7부 능선까지 올라 이제 고지가 보이는데, 허망하다'는 말들이 나왔다고 합니다.
강압이냐, 헌납이냐는 논란을 보면서 보수층 사이에서도 '충격이다, 이러다가 안될 수도 있겠구나'는 위기감이 커졌다고 합니다.
전통적 지지층이 흔들린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일입니다.
대통합을 통한 외연 확대는 지지층이 확고할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박 후보도 이런 위기감을 느꼈던 것일까요?
NLL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박 후보는 어제 EBS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하던 도중 역사 얘기를 꺼냈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
- "저는 이공계통을 전공했지만, 이공계만 공부한 게 아니라 역사라든가 이런 거 좋아했습니다. 많은 교훈을 주니깐, 역사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역사의 보복을 받는다는 말이 있죠."
'역사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역사의 보복을 받는다'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짐작건대, 한국 전쟁의 아픈 역사를 잊어버리고 NLL 포기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NLL 논란을 끌고 가는 것이 결코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6.25를 겪고 남북관계 긴장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우려를 표시하지만, 55세 이하 국민은 그러한 인식이 잘 없는데, NLL을 쟁점화한다고 해서 특별히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박 후보가 NLL 문제를 쉽게 접을 수 없는 사정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박 후보로서는 야권의 '정수장학회' 공격을 덮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NLL일지도 모릅니다.
더불어 보수층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정수장학회와 NLL의 대립구도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게 솔직한 사정입니다.
김무성 총괄 선대본부장은 NLL 문제를 넘어 공산주의란 얘기까지 꺼냈습니다.
김무성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 대해 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
- "안철수 후보는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위험하고 비현실적인 얘기를 했습니다. 복지확충재원 질문에 능력대로 내고 필요한 만큼 쓰자고 얘기했습니다. 제가 색깔론 하자는 게 아니라 능력대로 내고 필요만큼 쓰자는 것은 맑스 공산주의 슬로건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이 사실 알고 이런 말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갑자기 맑스와 공산주의란 말이 새누리당 회의에 등장했습니다.
김 본부장이 색깔론이 아니라고 하지만, 벌써 야권에서는 NLL과 더불어 이런 얘기를 색깔론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본부장의 '공산주의' 언급이 '안철수 현상'을 약화시킬 수 있을까요?
안철수 캠프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은 확실히 지금 보수층의 단합이 절실한 모양입니다.
선진통일당과 합당도 보수층 달래기의 연장선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은 오늘 공식 합당을 선언했습니다.
▶ 인터뷰 : 이인제 / 선진통일당 대표
- "........."
선진통일당 이명수 의원과 유한식 세종시장이 선진통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에 입당할 때만 하더라도 새누리당을 격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어쨌든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은 야권 연대에 맞서는 보수 연합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수로 회귀', '보수 연합'이 꼭 대선에 유리한 것일까요?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보수층의 표를 확실히 다진 다음에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겠지만, 보수로 회귀하는 박 후보를 보면서 중도층이 마음을 돌리면 어떡하죠?
대통합 행보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중도가 스스로 떠나버리면 어떡하죠?
버스가 떠나고 나서 손을 흔드는 격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각 캠프는 현재 상황을 돌파하기 나름대로 묘수를 찾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 수렁'에서 벗어나려고, 문재인 후보는 '지지율 정체'에서 벗어나려고, 안철수 후보는 '정치경험의 부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고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계를 돌파하려고 내놓는 카드가 어쩌면 그 한계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선거와 정치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
박 후보는 어제 뉴라이트 성향 단체인 '선진화시민행동'이 개최한 한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다시 한번 NLL 얘기를 꺼내며 보수층을 자극했습니다.
박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10월24일)
- "수많은 장병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NLL을 포기하는 거 아니냐는 정당한 질문에도 무조건 비난만 하고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당시 노무현 정권에서 책임졌던 이들이 명확히 밝히면 될 일인데 국민의 의구심만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피땀 흘린 한국이 잘못된 선택으로 무너지는 거 아닌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오셨을 겁니다."
박 후보는 대선 후보 선출 직후 이희호 여사를 찾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았습니다.
젊은 20~30대를 만나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대통합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마치 작심한 듯 보수 성향의 단체를 찾아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선거 전략이 대통합보다는 보수층 다지기로 바뀐 걸까요?
바깥 토끼보다는 우선 집토끼를 잡겠다는 것일까요?
박 후보의 이런 행보는 아무래도 '정수장학회'와 관련한 후폭풍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박 후보 기자회견 직후 당 안팎에서는 '7부 능선까지 올라 이제 고지가 보이는데, 허망하다'는 말들이 나왔다고 합니다.
강압이냐, 헌납이냐는 논란을 보면서 보수층 사이에서도 '충격이다, 이러다가 안될 수도 있겠구나'는 위기감이 커졌다고 합니다.
전통적 지지층이 흔들린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일입니다.
대통합을 통한 외연 확대는 지지층이 확고할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박 후보도 이런 위기감을 느꼈던 것일까요?
NLL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박 후보는 어제 EBS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하던 도중 역사 얘기를 꺼냈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
- "저는 이공계통을 전공했지만, 이공계만 공부한 게 아니라 역사라든가 이런 거 좋아했습니다. 많은 교훈을 주니깐, 역사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역사의 보복을 받는다는 말이 있죠."
'역사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역사의 보복을 받는다'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짐작건대, 한국 전쟁의 아픈 역사를 잊어버리고 NLL 포기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NLL 논란을 끌고 가는 것이 결코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6.25를 겪고 남북관계 긴장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우려를 표시하지만, 55세 이하 국민은 그러한 인식이 잘 없는데, NLL을 쟁점화한다고 해서 특별히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박 후보가 NLL 문제를 쉽게 접을 수 없는 사정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박 후보로서는 야권의 '정수장학회' 공격을 덮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NLL일지도 모릅니다.
더불어 보수층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정수장학회와 NLL의 대립구도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게 솔직한 사정입니다.
김무성 총괄 선대본부장은 NLL 문제를 넘어 공산주의란 얘기까지 꺼냈습니다.
김무성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 대해 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
- "안철수 후보는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위험하고 비현실적인 얘기를 했습니다. 복지확충재원 질문에 능력대로 내고 필요한 만큼 쓰자고 얘기했습니다. 제가 색깔론 하자는 게 아니라 능력대로 내고 필요만큼 쓰자는 것은 맑스 공산주의 슬로건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이 사실 알고 이런 말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갑자기 맑스와 공산주의란 말이 새누리당 회의에 등장했습니다.
김 본부장이 색깔론이 아니라고 하지만, 벌써 야권에서는 NLL과 더불어 이런 얘기를 색깔론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본부장의 '공산주의' 언급이 '안철수 현상'을 약화시킬 수 있을까요?
안철수 캠프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은 확실히 지금 보수층의 단합이 절실한 모양입니다.
선진통일당과 합당도 보수층 달래기의 연장선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은 오늘 공식 합당을 선언했습니다.
▶ 인터뷰 : 이인제 / 선진통일당 대표
- "........."
선진통일당 이명수 의원과 유한식 세종시장이 선진통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에 입당할 때만 하더라도 새누리당을 격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어쨌든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은 야권 연대에 맞서는 보수 연합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수로 회귀', '보수 연합'이 꼭 대선에 유리한 것일까요?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보수층의 표를 확실히 다진 다음에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겠지만, 보수로 회귀하는 박 후보를 보면서 중도층이 마음을 돌리면 어떡하죠?
대통합 행보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중도가 스스로 떠나버리면 어떡하죠?
버스가 떠나고 나서 손을 흔드는 격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각 캠프는 현재 상황을 돌파하기 나름대로 묘수를 찾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 수렁'에서 벗어나려고, 문재인 후보는 '지지율 정체'에서 벗어나려고, 안철수 후보는 '정치경험의 부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고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계를 돌파하려고 내놓는 카드가 어쩌면 그 한계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선거와 정치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