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근혜, 정수장학회 해법 어디서 꼬였나??
입력 2012-10-22 11:42  | 수정 2012-10-22 17:22
어제 있었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됐습니다.

다들 박 후보의 전향적 입장 발표를 예상했지만, 기대에 어긋났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습니다.

박 후보의 기자회견은 어디서부터 꼬였을까요?

박 후보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사과나 유감 표명보다는 야당의 주장이 정치공세라는 말을 하는데 70%의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박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
- "몇 가지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개인 소유 아닌 공익 재단이며 어떤 정치활동 하지 않는 순수한 장학 재단입니다. 저의 소유물이라거나 저를 위한 정치 활동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둘째 고 김지태 부일장학회 이름만 바꿨다는 얘기 있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부일장학회 승계한 게 아니라 새로 만든 것입니다. 헌납한 재산 포함 사실이지만 해외 동포들까지 많은 분 성금으로 새로 만들어진 재단입니다."

먼저 자신과 관련이 없다는 부분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은 박 후보와 정수장학회가 법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정서적으로는 박 후보와 정수장학회가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겁니다.

최필립 이사장과 이사진 4명이 모두 박근혜 후보와 가까운 사이라는 점, 그리고 정수장학회 이름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는 점 등 정서적으로 박 후보와 정수장학회가 관련이 있다고 보일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박 후보도 이런 정서적 이유 때문에 명칭 변경과 이사진의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발언을 했지만, 처음부터 자신과 정수장학회는 무관하다는 말을 하는 바람에 기자회견 말미에 나온 그 말의 의미가 퇴색됐습니다.

둘째, '헌납'이라는 표현입니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설립자인 김지태 씨가 부정 축재자로 몰리자 면죄를 받으려고 재산을 헌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법원과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강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 도중에 이런 법원의 판결 내용조차 잘못 말했다가 다시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을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
- "유족 측에서 강압에 의해 강탈당했다고 소송 제기했잖아요? 그에 대해 법원에서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원고 패소 판결 내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법원이 거기에 대해 원고패소 판결 내렸잖아요? 강압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 결론 말씀드린 것입니다."

박 후보는 여전히 '강탈' '강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유신 등 과거사에 대해 '헌법가치의 훼손'이라고 고개를 숙였던 것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박 후보의 기자회견이 더 꼬인 것은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 거부입니다.

박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
- "정치적 논란 중심에 서서 정쟁 도구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사장님과 이사진은 정쟁 도구 되지 않도록 의혹 남지 않도록 국민 앞에 모든 것 확실하게 밝혀서 해답 내놓으시길 바랍니다."

이런 완곡한 부탁에도 최 이사장은 어제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애초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가 직접 나서기 전에 최필립 이사장을 사퇴시키려고 당 고위급까지 나서 백방으로 뛰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이 끝내 사퇴를 거부했고, 새누리당으로서는 마지막 카드였던 박 후보의 기자회견도 통하지 않게 된 셈입니다.

박 후보의 입장만 난처해진 셈입니다.

박 후보 측은 최필립 이사장이 끝내 사퇴를 거부할 것이라는 점을 정말 알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한 것일까요?

아니면 박 후보까지 나서서 사퇴를 촉구했으니 최 이사장이 알아서 물러날 것이라고 너무 낙관했던 것일까요?

어느 쪽이든 일 처리가 미숙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당내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나옵니다.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 '정수장학회는 법의 잣대가 아니라 국민 눈의 잣대로 봐야 한다.', '5·16쿠데타와 유신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하면서 그때 강탈한 남의 재산은 합법이라고 한다면 자질을 의심받는다.'고 썼습니다.

새누리당 이상돈 정치쇄신위원 역시 '강압성 여부는 팩트의 문제인데 오히려 야당에 빌미를 줬다'고 말했습니다.

야권은 말할 것도 없겠죠.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캠프의 논평을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부겸 /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 "우선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의 역사 인식과 국민들의 상식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많은 국민은 권총을 들이대고 재물을 뺏어 가는 것을 헌납이라고 하지 않고 강탈이라고 합니다.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기반으로 했는데, 부일장학회가 정수장학회가 된 것 자체가 새로운 탄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유민영 / 안철수 캠프 대변인
- "2012년 대통령 후보인데 인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거 같습니다. 대통령도 한 사람의 국민입니다. 상식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박근혜 후보와 같은 인식으로는 새로운 미래 소통하는 대한민국을 열 수 없습니다."

과거사 문제는 분명히 박근혜 후보에게는 빨리 털어내고 싶은 이슈입니다.

그러나 어제 기자회견은 박 후보를 더 깊숙이 과거사로 끌어들이는 역효과가 났습니다.

야당은 야당대로, 또 김지태 씨의 유족은 유족대로 사자 명예훼손이라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박 후보는 어찌해야 할까요?

박 후보는 오늘 아침 국민행복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 발대식에 참석해 야당의 주장을 네거티브 공세라며 정의는 절대 패배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 얘기를 잠깐 듣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
-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대체 그걸로 국민에 무슨 희망 주겠다는 건지 흑색선전하고 제대로 만든 공약을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어려움이 여러분은 더크고 셀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으로 승부하는 정당이 언제나 승리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일 역시 국민만 바라보고 먼저 변화 쇄신하고 국민에 다가가야 합니다.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정의는 절대 패배하지 않습니다."

박 후보가 말하는 '정의'란 무엇일까요?

박 후보가 과거사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때가 올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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