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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류승범 "공효진과 영화, 안 할 이유 있나요?"
입력 2012-10-15 08:10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담보한 사랑. 이 무시무시한 사랑을 배우 류승범(32)이 해냈다. 18일 개봉 예정인 영화 ‘용의자X(감독 방은진)에서 주인공 석고를 맡은 류승범. 마지막 반전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영화는 천재 수학자인 고등학교 교사 석고(류승범)가 자신이 남몰래 사랑하는 여자(이요원)를 위해 그녀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감추려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하며 벌어지는 치밀한 미스터리를 담았다. 일본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이 원작이다.
사랑은 위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위험을 담보하거나 어떤 계획·의도로 접근하는 건 사랑의 관점에서 빗나가는 것 같아요. 위험한 사랑은 좀 아닌 것 같네요.”
류승범에게 ‘극중 주인공처럼 목숨을 담보한 사랑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니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해 리스크(위험부담)가 있다고 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에 두려움이 없는 편인데 인간관계 안에서만큼은 보수적인 면이 있다”며 그 관계 안에서 배려를 한다거나, 한 명을 만나면 오래 만나는 스타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중 석고는 ‘미친XX가 아니냐는 물음에는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인정한다. 석고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지만, 또 한마디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했다. 때문에 캐릭터 접근이 어려웠을 것 같다.

류승범은 스스로 질문을 많이 했다”며 석고가 증명하고자 했지만 좌절을 맛본 상태였는데, 그 상실감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화선이었다. 자기 욕망을 해소하려는 배출구처럼 생각한 것 같다”고 몰입했다.
주변 지인들이 캐릭터 구축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DJ도 하고 프로듀서 일도 하는 형이 있는데 그 인물을 생각해본 것 같다”고 했다. 석고가 현대 도시에서 존재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보이더라고요. 20대 때 홍대 천재 뮤지션이라고 불리었던 사람들이 이 시대 ‘루저가 되어 있고, 소외를 받다보니 또 왜소해져 있더라고요. 누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사회. 그 속의 사람들, 도시의 아이콘 같은 것이죠.”
도움을 제대로 받았나 보다. 그간 내지르는 류승범의 연기에 익숙했는데 감정을 절제하고 낮게 읊조리는 말투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구부정한 자세로 걷는 석고만의 걸음걸이도 특이하다. 류승범이 이 작품, 캐릭터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선택한 건 아니다.
전 필모그래피 쌓기에 주력하는 배우는 아니에요. 이미지 변신 도전이라기보다 당시의 자연스러운 심리 상태나 작품의 매력 등을 보죠. 감독이나 작가, 제작사를 보는 게 아니라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코드가 있느냐, ‘내 삶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냐, ‘평단의 혹평을 듣더라고 얻을 게 있느냐가 중요해요.”
그는 지금은 살아가면서 어떤 것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고 싶지 않더라”며 내 나이나 상황은 전진하는 시기다. 자기 성찰 시간을 갖기도 하고 가치를 찾으려고 하긴 하지만, 어떤 대전제를 깔아놓고 행동하진 않는다”고 웃었다.
배우 출신 감독과 작업하면서 배운 것도 많다. 류승범은 프리 프로덕션 때부터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 영화는 감독님 말씀에 따라가야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개인적인 성향을 토로하면 큰 틀이 흔들릴 수 있겠구나, 내 생각이나 행동방식을 내려놓고 감독님이 원하는 ‘도구로 잘 활용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류승범은 오랜 연인이었던 공효진과 최근 헤어졌다. 결별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려했던 그지만 영화계 동료로 다시 만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어떤 작품에서라도 만날 수 있을 텐데 (헤어졌다는 게) 연기하는데 전혀 상관은 없을 것 같아요. 일단 제 감정은 걱정이 안 돼요. 안 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제가 아는 효진씨도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관객들이 선입견을 갖게 될까 걱정이에요. 그렇다면 작품을 함께 안 하느니만 못한 거죠. 대중문화를 즐기는 관객 분들이 수준이 올라가면 자연스러워지겠죠.”(웃음)
류승범은 현재 자신이 과하게 성공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가끔 술 먹고 일어났을 때 비현실적으로 무서울 정도로 성공한 것 같다고 느낀다”며 하지만 제가 놓여있는 운명은 완성이라는 게 없더라. 그 상황을 즐길 줄 아는 게 배우로서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영화 속 화선 역은 이요원이 맡았고,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민범 역은 조진웅이 연기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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