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안철수 "차라리 무소속 대통령" 그 진심은?
입력 2012-10-11 12:08 
송호창 의원의 민주통합당 탈당과 안철수 캠프 합류로 촉발된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의 신경전이 날로 더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어제 전북 당원 필승 결의대회에서 중요한 말을 했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
- "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낙관은 안됩니다. 민주당으로 단일화만이 대선 승리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만이 성공하는 민주정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정치변화, 시대변화를 안정감 있게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정당 기반 없이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낙관은 안된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요?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하면 이길 수 없다는 뜻일까요?

안철수 후보는 정당 기반이 없는 만큼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돼서는 대선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셈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돼야 한다며, 사실상 안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하라고 촉구한 셈입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설령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되더라도 안 후보는 반드시 민주당에 입당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가 엊그제 '무소속으로 대통령으로 당선돼 국정운영을 한 사례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이제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하든가, 아니면 민주통합당에 입당해야 할 운명에 처한 걸까요?

안철수 후보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안 후보는 어제 대전에서 시민들과 만나던 중 역시 중요한 말을 던졌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
- "지금 상태에서 만약에 여당이 대통령이 되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지나갈 것 같고, 만약에 야당이 당선되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시끄러울 겁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무소속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하며 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일화가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

액면 그대로 듣는다면, 안철수 후보는 무소속 대통령이 가능하고, 충분히 국정운영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당이 없다는 이유로 후보를 양보하라는 말도, 단일 후보가 되면 민주통합당에 입당해야 한다는 문재인 후보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입니다.

오히려 무소속이니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여야 모두를 설득해 화합의 정치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입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모르겠습니다.

한 번도 우리 정치사에 그런 적이 없으니 안 후보의 말대로 '선한 정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안 후보의 말은 듣기에 따라서는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무소속 대통령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은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되지 않을까요?

승리에 집착해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느니, 패배하더라도 후보 단일화 없이 무소속으로 끝까지 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른바 안철수 후보의 '독자 출마론'은 민주통합당과 야권에는 거의 재앙에 가깝습니다.

3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지면, 40%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가진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떼논 당상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안 후보의 말은 정당정치를 부정한 것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정당정치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대의정치를 상징합니다.

그것을 부정한다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곧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안 후보가 정당 정치를 부인한다?'

안철수 후보 쪽도 이 말이 가진 파장을 의식한 듯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안 후보는 자신의 발언을 추가 설명하는 서면 발언을 통해 "제가 꼭 그렇게 (무소속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무소속 대통령이 존재한다면" 등의 가정을 추가했습니다.

단일화를 거부한다는 메시지가 아니라, 그냥 원론적 수준에서 무소속 대통령이라는 말을 했다는 겁니다.

박선숙 선대위 본부장 역시 민주당 입당 불가론으로 해석된다는 질문에 그렇게까지 멀리 보고 한 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물론 민주통합당에 대해 일종의 경고를 날린 것일지 모릅니다.

자꾸 단일화의 조건으로 민주통합당 입당을 고집하지 말라는 겁니다.

오히려 민주통합당이 변화와 쇄신을 통해 안 후보가 자연스럽게 입당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라는 촉구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헷갈립니다.

틈만 날 때마다 단일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문재인 후보와 달리, 안 후보의 말은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건지, 필요하지 않다는 건지 여전히 헷갈립니다.

마치 지난 1년간 언론을 괴롭혔던 그의 '모호한 화법'이 다시 부활한 것 같은 인상마저 줍니다.

송호창 의원의 탈당과 이를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도 안철수 후보의 말은 역시 모호합니다.

그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
- "송호창 의원은 저랑 오랜 기간 동안 뜻을 같이 한 분이고 그렇게 결심하셔서 미안하고 감사한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의 상대는 누구일까요?

문맥상 들으면 송호창 의원 당사자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안 후보는 왜 문재인 후보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까요?

문재인 후보가 '아프다'는 말까지 한 마당에, 안철수 후보가 '미안하다'는 말로 화답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민주통합당이 정치 신의를 저버렸다고 유감을 표했으니,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뒀다면, 그 정도 미안함의 표시는 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혹시 안철수 후보는 정말 후보 단일화를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요?

송호창 의원이 민주통합당을 탈당해 안철수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안철수 후보의 얼굴에 드리웠던 미소는 또 무슨 의미였을까요?

스스로를 진심 캠프라 이름 지었으니, 그 선한 웃음 역시 안 후보의 진심이었을까요?

물론, 안 후보와 말과 웃음을 이렇게까지 해석하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권 교체보다는 '시대변화, 정치개혁'이 더 상위 개념이라고 말하는 안 후보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기도 싶습니다.

그런데 안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런 고상한 정치 용어보다는 현실적인 정권교체에 더 목말라 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안 후보의 말을 공허하게 듣는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

안 후보는 그들에게 답을 해야 할 책임이 있고요.

어쨌든 최근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의 움직임을 보면, 단순히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벌이는 신경전으로만 볼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기야 대선이라는 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냉엄한 승부이기에, 약간의 동정심이나 적당한 양보라는 말이 통하지 않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문재인 후부와 안철수 후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M(월~금, 오후3~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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