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근혜 '시험대', 문재인·안철수 '기 싸움'
입력 2012-10-09 13:49  | 수정 2012-10-09 18:20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리더십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박 후보의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박 후보가 영입에 공을 들였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박 후보에게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이한구 원내대표를 택할지, 아니면 자신을 택할지 결정하라고 말하고 나서 잠적했습니다.

박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설득했지만, 성과가 있었던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안대희 위원장 역시 박 후보가 DJ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대표에게 국민통합위원장을 맡긴다면 자리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안대희 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대희 /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위원장
- "선대위의 핵심 역할을 할 분으로 새롭게 영입한 인사가 비리 연루자라면 쇄신위원회를 설치하여 정치 일신을 생각한다고 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제가 아무리 쇄신을 외쳐도 그런 분이 당의 핵심 역할을 맡는 한 진정성만 의심될 뿐입니다."

안 위원장은 오늘 박근혜 후보와 당 지도부가 참석한 정치쇄신 심포지엄에서도 박 후보에게 선택하라며 강한 어조로 얘기했습니다.


황천모 수석부대변인이 전한 그 얘기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황천모 /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 "(안대희 위원장의 말) 이제까지의 쇄신의 수많은 외침과는 다른 진정성 있는, 행동하는 쇄신을 후보님과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보여드릴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박 후보가 행동하는 쇄신을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는 안대희 위원장의 말을 들은 박 후보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두 위원장이 이처럼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와 한광옥 전 대표는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언론이 사퇴한다고 쓰면 완전 오보라며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광옥 전 대표 역시 국민통합위원장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며 발끈했습니다.

한 전 대표가 어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한광옥 / 전 민주당 상임고문
- "(만에 하나 박근혜 후보가 국민 대통합 위원장과 다른 직책을 맡아달라, 그렇게 하면 어떡하시겠어요?)
저는 원칙대로 하겠어요. 내가 국민대통합을 하기 위해서 입당을 했지, 내가 다른 일을 하기 위해서 입당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원칙대로 하겠습니다."

자, 이쯤 되면 김종인·안대희 위원장도, 이한구 원내대표와 한광옥 전 대표도 쉽게 뜻을 접을 것 같지 않습니다.

심판자인 박근혜 후보가 누군가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는 쉽사리 이 갈등이 끝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박 후보는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요?

그런데 박 후보는 어느 쪽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양쪽 모두를 아울러 가려는 모양입니다.

'지금 뒤엎는 건 선거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모두 데리고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
- "문제 되는 부분은 조만간 다 정리될 것입니다. 국민이 볼 때 쇄신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통합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후보가 이 정도까지 얘기했으면, 당내 논란과 갈등이 수그러들 법한데 상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재선 의원들이 나서고, 전 비대위원들까지 나서 쇄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을 선대위에서 빼고, 김무성 공동의장에게 선대위원장을 맡길 것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비서진도 바꿀 것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박 후보가 이 카드를 선택할까요?

모두 끌어안고 가겠다는 생각을 접을 수 있을까요?

박 후보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될까요?

박 후보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사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대타협의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경쟁 관계면서도 곧 손을 잡아야 할 동지적 관계이기에 서로 자극하는 말을 삼갔던 양쪽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 걸까요?

문재인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 위원장은 안철수 후보가 언급한 청와대 이전과 대통령 인사권 대폭 축소 구상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하면 지나치게 관료 중심으로 갈 수 있고, 대통령이 구상하는 개혁도 후퇴할 수 있다는 겁니다.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한 이정우 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정우 / 문재인 후보 경제민주화위원장(10월9일)
- "어제(10월7일) 그 발표 내용은 아직은 좀 원론적이고 추상적이다, 이렇게 보입니다. 물론 내용은 좋은데요, 좀 더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고 구체화해야 하는데 아직은 안철수 후보가 출발이 워낙 늦었기 때문에 한 달이 아직 안 됐거든요?"

물론 이 위원장은 안철수 후보 쪽 경제민주화 정책과 차이가 없다며 동지적 관계임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안철수 후보 쪽 마음은 어떨까요?

박근혜 후보 쪽이 아마추어라고 비판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문재인 후보 쪽마저 이렇게 비판하는 것이 혹 서운하지는 않을까요?

안철수 후보는 어제 대구대 강연에서도 대통령 권한 축소와 정당의 시군구 공천권 폐지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말한 것은 앞으로 갈 비전이고, 그 비전에 따라 전문가들이 구체적 공약을 만들 것이라며 '뜬구름 잡는 얘기'라는 비판을 정면 반박했습니다.

안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
- "보통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공약 떠오르는 것 있으세요? 747은 저기 옛날분 것이고. 잘 안 떠올라요. 전문가들이 공약을 순서대로 진행하고 있는데 후보들이 덜컥 내놓으면 내부적으로 맞추는 것이 정확성이 떨어집니다. 현실에서 이루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큰 걸 와 닿는 구체적인 것을 내놓기보다 먼저 비전을 이야기하고 거기에서 현실과의 접점에서 공약을 말씀드리겠다는 겁니다."

안 후보는 이어 기존 정치권은 기득권 때문에 정당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안 후보의 말을 계속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
- "여러 가지 정당개혁 방안이 많은데 그런 것들 하나라도 먼저 실천하면 국민이 진심을 알아주지 않을까?"

말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기존 정치권을 비판했는데, 여기에는 민주통합당도 해당할까요?

안 후보 쪽도 민주통합당에 대해 반격한 것일까요?

문재인 후보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죠.

안철수 후보를 겨냥한 듯한 문재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
- "정당 바깥에서 우리가 정치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저도 정치 참여 이전에 늘 그래 왔습니다. 바깥에서 요구한다고 그게 그대로 실현되지 않지 않나? 정당 혁신 새로운 정치도 정당 통해서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해찬 대표 역시 오늘 라디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안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해찬 / 민주통합당 대표
-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며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물론 양 진영의 이런 기 싸움이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둔 신경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상대를 의도적으로 흠집 내려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도 이쯤 되면 서로 표현은 안 해도 상당히 불쾌할 법합니다.

후보 단일화 시기가 다가올수록 두 진영의 신경전과 기 싸움은 더 치열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그러다 마음의 앙금이 지나치게 쌓여 단일화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최근 시작된 양측의 기 싸움을 보면 '어, 저러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합니다.

어쨌든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가 손쉽게 승리했던 것과 달리, 올해 대선은 각 후보진영이 모든 것을 걸고 전력투구를 해야 승리의 여신이 겨우 고개를 돌릴까 말까 하는 상황입니다.

당 내부 분열을 추스르고, 바깥 상대의 동태를 자세히 살펴, 치밀한 전략을 짜야 겨우 승리할 수 있는 버거운 싸움입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는 이 일을 잘해낼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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