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친박과 친노, 그들은 왜 늘 표적이 될까?
입력 2012-10-04 12:43  | 수정 2012-10-04 17:22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추석 민심을 보니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의 지지율은 초박빙을 보이고 있습니다.

MBC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를 보면 양자대결 시 박근혜 40.8%, 안철수 47.7%로 나타났습니다.

박근혜 문재인 양자대결에서도 박 후보가 44.5%, 문재인 후보가 44.9%로 나타났습니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43.7% 대 48.2%, 박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47.4% 대 44.5%였습니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대선 출마 이후 줄곧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박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빠지고, 안철수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올라간 것이 특징인 듯 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추석 민심을 들은 박근혜 캠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박 후보가 새벽 4시에 일어난다고 하고, 캠프 사무실 직원들의 출근시간과 퇴근시간도 조정됐습니다.


비상시기란 뜻입니다.

비상 시기에는 비상 대책이 나오기 마련이죠.

박근혜 캠프 내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감과 함께 또다시 친박 2선 후퇴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경필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의 말을 들어볼까요?

'권력은 비워져야 새로운 게 채워진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핵심 실세인 동교동계를 모두 2선 후퇴시키고 새로운 사람들을 전면에 배치해 대선에서 승리했던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않으면 2002년 이회창 대세론이 무너졌듯, 이번 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과거사 문제를 옹호하며 박 후보가 빨리 털어내지 못하도록 했던 친박 측근들도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뉴스 M에 출연했던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상돈 /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9월27일)
- "그런 것이 지난번에 당에서 냈던 (과거사) 사과 성명을 뒤집어엎고 하는 동안에 며칠 보내고 그것이 굉장히 나빴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많이 얘기를 합니다. 그래서 후보가 생방송에서 특히 라디오 생방송은 이렇게 대면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고가 많이 납니다. 거기에 난 것에 대해서 당에서도 얘기했으면 수습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지연된 것에 대해서는 저도 안타깝고 이유를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런 말들을 듣는 친박계는 어떤 마음일까요?

정말 2선으로 후퇴할 수 있을까요?

대표적 친박계인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은 '2선 후퇴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바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그에 따를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선에서 승리할 수만 있다면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일까요?

그런데 다른 친박계 의원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한 언론보도를 보면, 홍문종 선대위 조직본부장은 임명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2선 후퇴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합니다.

권영세 종합상황실장도 '2선이고 1선이고, 친박이고 아니고 간에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지금 상황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2선으로 후퇴하기 싫다는 뜻일까요?

박근혜 후보는 여기저기 다니며 '대통합'을 외치는데, 정작 캠프는 또다시 갈등이나 분란으로 비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박근혜 후보에게 친박이 있다면, 문재인 후보에게는 친노가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대표적 친노 인사인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 대표 대행을 시민캠프 공동대표로 발탁했습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했던 소문상, 양정철, 김경수, 윤건영 씨 등 친노 인사들을 비서진으로 대거 기용했습니다.

친노의 화려한 부활일까요?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순간, 친노의 부활은 어쩌면 예견된 순서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문 후보가 '용광로' 같은 선대위를 꾸리겠다고 한 만큼 많은 사람은 친노 세력의 2선 후퇴를 예상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에게 친노세력은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동반자일까요?

물론 친노를 위한 변론도 있습니다.

우상호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우상호 / 중앙선대위 공보단장
- "후보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메시지팀, 일정팀은 후보와 경선캠프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로 구성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전체 선대위 골격에서 보면 친노가 불이익을 받는 상황입니다."

비서진과 수행팀 등 낮은 자리에 친노 인사를 앉혔을 뿐 이를 친노 인사의 대거 기용이라 보는 것은 억울하다는 뜻이겠죠.

실제로 오늘 발표된 공동 선대위원장 10명의 명단에 친노 인사는 없었습니다.

주요 보직과 중책에 친노 인사들의 이름이 빠졌습니다.

문 후보가 친노 인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겉으로만 보면, 계파를 탈피해 수평적 선대위를 꾸리겠다는 약속은 일단 지켜진 듯 보입니다.

이쯤 되면, 비노 세력들도 친노 세력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거둘까요?

속단하기는 이를 것 같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후보 직속의 자문기구인 '고위전략기획회의'를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이해찬 대표와 한명숙 전 대표가 들어가 있습니다.

전·현직 당 대표들이니 참여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이들이 대표적 친노 인사라는 점에서 '친노'의 영향력은 무시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어쨌든 박근혜 후보와 친박, 그리고 문재인 후보와 친노는 그림자 같은 존재들입니다.

사람에게서 자신의 그림자를 떼어낼 수 없듯이, 박근혜 문재인 후보에게서 친박과 친노를 억지로 떼어놓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가 잘못하면 박근혜 후보가 책임지는 게 아니라, 그림자인 친박계가 욕을 먹게 됩니다.

문재인 후보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문재인 후보가 아니라, 친노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립니다.

정치란 늘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잔인한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억울할 법도 하지만, 그게 그들의 운명인 것 같습니다.

친박과 친노 모두 그런 자신들의 운명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늘 표적이 되면서도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옆을 지키는 것이겠죠.

친박과 친노 그들 앞에 놓인 운명의 끝은 어떤 것일까요?

70여 일 뒤에 그들의 운명 또한 다시 갈리겠죠.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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