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③] 웅장한 북소리 뒤엔 아픔이…
입력 2012-08-24 20:03  | 수정 2012-08-24 22:02
【 앵커멘트 】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북을 울렸는데요.
특별한 의식에는 물론 춤을 출 때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통 방식으로는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정부의 지원도 턱없이 부족해 맥을 잇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도에 이상은 기잡니다.


【 기자 】
화려하고 신나는 북춤.

웅장한 북소리가 보는 이의 몸을 들썩이게 합니다.

11살 때부터 51년간 북을 만들어 온 임선빈 씨.


88서울올림픽 북부터 청와대 춘추관 북, 통일전망대 북 등 나라의 중요한 북 제작엔 모두 참여했습니다.

화려한 경력과 달리 작업장은 허름합니다.

먼저 물에 불린 소가죽을 둥글게 자른 뒤 바느질을 합니다.

질기고 두껍지만, 촘촘히 바느질한 뒤 망치로 구멍을 뚫고 실을 넣어 단단하게 조입니다.

단청작업까지 포함해 그가 사용하는 것은 오로지 손과 발.

▶ 스탠딩 : 이상은 / 기자
- "이렇게 기계를 쓰지 않고 손으로 직접 만든 북에선 은은하고 웅장한 소리가 납니다."

(현장음) "둥둥둥"

임 씨는 소아마비인데다 청각장애까지 있습니다.

▶ 인터뷰 : 임선빈 / 경기도 무형문화재 30호
- "매일 좁은 공간에서 북을 만들고 음을 잡고 두드리고 그 소리를 수십 년 동안 듣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청각이 고장 난 거죠."

장애도 딛고 자부심 하나로 버텨왔지만, 돌아오는 보상은 겨우 생계를 이을 수준.

도에서는 한 달에 120만 원을 지원하는데 그 돈으로 1년에 2번씩 전시회도 열어야 합니다.

또한, 제대로 된 전시관도 없어 애써 만든 북을 허름한 작업장에 쌓아둬야 합니다.

임씨의 제자는 두 명, 그 중 한 명은 친아들입니다.

▶ 인터뷰 : 임동국 / 전수조교
- "저희 나이 또래에 이 직업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어요. 흔히 말하는 막노동이고 생가죽도 만져야 하고."

매달 도에서 전수자인 아들에게 주는 지원금은 50만 원으로 턱없이 부족하지만, 아버지처럼 보람을 느껴 대를 잇습니다.

▶ 인터뷰 : 임동국 / 전수조교
- "(어렵지만) 보람은 있죠. 제가 만든 북을 가져가신 선수들이 다시 찾았을 때. 저번에 소리 좋았다고 하면서 다시 악기를 맡겼을 때."

웅장하고 화려한 북소리, 그 뒤엔 온몸을 바친 인고의 반백 년이 있었습니다.

MBN뉴스 이상은입니다. [coool@mbn.co.kr]

영상취재: 이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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