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0도를 훌쩍 뛰어넘는 폭염에 입맛을 잃기 쉬운 요즘 깊은 맛과 매혹적인 식감으로 오히려 식욕을 돋우는 음식들이 있다. 한 입 베어 물면 '사각사각' 상큼한 감촉이 입안 가득 퍼지고 가슴 깊은 곳까지 시원함을 전달하는 '나박김치'도 그렇고, 참붕어에 묵은지를 넣어 잘박하게 조려낸 '참붕어 묵은지 찜'도 여름철 별미다. 미리 불려 놓은 마른 전복을 소꼬리와 함께 진하게 끓여낸 '전복 소꼬리 찜'의 깊은 맛은 수그러들었던 식욕을 되살린다. 전복과 닭을 넣어 장작불 가마솥에 뭉근하게 끓여낸 '전복 닭죽'은 어떠한가. 뜨거운 열기를 타고 전달되는 담백한 맛은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이 된다.
조상 대대로 여름철이면 사랑받은 이 음식들은 찬찬히 살펴보면 선조들 지혜가 녹아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철마다 조리법이 다르고,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다. 제철에 나는 재료를 지역적 특성과 가문의 전통을 살려 독특하게 창조해내는 음식은 무엇 하나 그냥 해먹는 법이 없다.
15일에 이어 25일(토) 오전 11시 방송되는 MBN 여름 특집 다큐 '종갓집 보양식'은 조상의 지혜와 선조들 손맛이 녹아 있는 한국 음식 세계를 조명한다. 긴 세월에 걸쳐 켜켜이 쌓인 종갓집 '맛의 비법'을 전격 공개한다.
25일 시청자를 찾아가는 2부는 경북 성주 '의성 김씨' 종갓집 이야기다. 대나무 숲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면 '의성 김씨' 문중이 모여 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고택들 안쪽에 '의성 김씨' 종가인 사우당이 있다. 43년째 이 집을 지키고 있는 21대 종부 류정숙 씨(65)가 반갑게 달려나온다. 1분만 걸어도 등에 땀이 흥건할 더위지만 '의성 김씨' 보양식은 더위를 가볍게 누그러뜨린다. 연못에서 직전 딴 연잎으로 지은 '연잎쌈밥'을 한 입 베어 물자 상쾌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녹차 우린 물에 참외를 썰어 넣은 '녹차오이냉국'은 여름철 갈증을 날려버린다. 특히 집앞 개천에서 잡은 은어로 육수를 만든 '은어 국수'와 간장과 설탕에 진하게 조린 '한우 족장과'는 시어른들이 이맘때면 챙기는 보양식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1부 방송(15일 방송)에선 충북 보은에 있는 '보성 선씨' 종가인 선병국 고택이 배경이었다. 종부들 사이에서도 빼어난 손맛으로 유명한 21대 종부 김정옥 씨(60)가 안주인. 소박하지만 균형 잡힌 점심 밥상에서 김씨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깻잎 장아찌와 가지선, 말린 가죽나물을 곁들어 부친 장떡, 칼칼한 맛이 일품인 '맑은 갈치조림'이 한여름 무더위를 떨치게 했다.
이 음식을 먹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식객이 몰려오지만 맛의 비결은 결코 알려주지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손맛을 전수받기 위해 모진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두 며느리의 삶을 MBN 여름 특집 다큐 '종갓집 보양식'이 집중 조명한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