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변해야' 사는 박근혜, '거칠어야' 사는 김두관
입력 2012-07-30 12:16  | 수정 2012-07-31 18:41
싱거울 것이라는 새누리당 대선도, 안철수 열풍에 묻혔다는 민주통합당 대선도 귀 기울여 들어보면, 올림픽 경기만큼이나 승리를 위한 거친 숨소리가 들립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의 마음은 이미 경선을 넘어 본선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순탄할 것만 같았던 대권 가도에 변화가 온 건 안철수 원장의 등장 때문일 듯합니다.

안철수 원장이 책을 출간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고서 안 원장의 지지율은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넘어서거나 혼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겨레'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44.9%, 안철수 원장이 48.8%로 나타났고,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42%로 같았습니다.

'안철수 현상은 허상이다. 상아탑 인기에 불과하다' 등등 박근혜 캠프에서는 때로는 거칠게, 또 때로는 애써 무시하는 전략으로 안풍 차단에 나서고 있지만 그다지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안철수 때리기' 전략만으로 안 원장의 지지율을 끌어내릴 수 없다고 판단한 걸까요?

최근 박근혜 캠프에서는 '박근혜 변하기' 전략을 쓰기 시작한 듯합니다.


어제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서 열린 새누리당 경선 후보들의 3040 정책토크에서 박근혜 후보는 청재킷과 면바지 차림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에 대해 예의를 갖춰야 한다며 늘 정장만을 입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말투도 달랐습니다.

직접 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경선 후보
- "남들 얘기가 아니죠? 많이들 공감하시는 것 같은데요. 이것이 3040세대의 지금의 현실입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여러분의 걱정을 짚어보고, 제가 마련한 해결책을 설명드리겠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달라진 모습이 보이시나요?

딱딱하고 경직된, 그래서 한 방향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에게 '공감되시죠?' '남들 얘기가 아니죠?' 등 되묻는 말투.

그리고 써 놓은 원고를 그대로 읽는 정책 설명이 아니라 영상을 보여주고, 간단히 부연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불통과 경직된 이미지를 벗고, 3040세대가 좋아하는 이미지로 변신한 듯합니다.

게다가 박근혜 캠프에서는 20대와 30대 유권자들을 박근혜 후보 자택으로 초청해 파티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근혜 후보의 이런 변화는 역시 안철수 원장 때문이겠죠.

여론 분석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박근혜 후보는 2040세대 지지가 상대적으로 약한데다, 특히 안철수 원장의 등장으로 40대 화이트칼라층과 실용적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이탈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박근혜 후보로서는 이들을 잡지 않고서는 대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셈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변해야 사는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정치판에서는 때로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하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김두관 후보가 그런 것 같습니다.

김두관 전 지사는 지난 25일 광주 연설회에서 '문재인으로 질 것인가, 김두관으로 이길 것인가?'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습니다.

'친노 패밀리로 질 것인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패장을 내보내서 어떻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도 했습니다.

김두관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두관 /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 "문재인 후보는 현재는 지지율 1등이지만 승리할 수 없습니다. 참여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잘못됐습니다. 민주당의 분당, 인사차별, 호남지지자들 크게 실망시켰습니다. 저 김두관이 먼저 반성하고 용서를 구합니다."

이쯤 되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처럼 '막가자'는 걸까요?

문재인 후보의 지지자들은 분노했고, 문재인 캠프에서는 도가 지나쳤다며 성난 목소리가 들끓었습니다.

문재인 후보 역시 바로 다음날인 부산 연설회에서 '무례한 플레이, 거친 태클에 부상당할 지경'이라며 '당 안에서 우리끼리 끌어내리고 발목 잡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김두관 후보를 겨냥해 직접 비판한 것은 처음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
-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저 문재인입니다. 저는 이기기 위해서 왔습니다. 이길 수 있어서, 이길려고 왔다는 것을 부산 시민들에게 감히 말씀드립니다."

김두관 후보의 '거친' 플레이는 당 경선 구도를 '문재인 대 김두관'으로 만들려는 의도된 것일까요?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를 꺾기는 어려운 만큼, 2위를 한 뒤 결선투표에서 문재인 후보를 꺾자는 전략일까요?

사실 민주통합당의 경선은 1위보다는 2위를 누가 할 것인가가 더 관심사입니다.

당 안팎의 얘기를 들어보면, 김두관 후보와 손학규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김두관 후보로서는 친노 지지층이 겹치는 문재인 후보를 때림으로써 이탈표를 가져오는 전략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도한 문재인 때리기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문재인 대 김두관' 구도를 만듦으로써 손학규 후보를 사라지게 하는 효과를 얻고자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두관 후보가 '거칠어야' 사는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해야 하고, 때로는 상대방에게 거칠게 대해야 하는 게 정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대통령이 되기 위한 것이라면 변화의 강도와 거침의 강도는 더 하겠죠.

유권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요?

그들의 변화와 그들의 거침은 그들이 의도했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까요?

아니면, 유권자를 속이는, 유권자를 오히려 불쾌하게 하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까요?

지금은 알 수가 없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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