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근혜와 '박근혜가 아닌' 사람들의 전면전
입력 2012-07-17 11:35  | 수정 2012-07-17 17:21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의 5·16에 대한 역사 인식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거친 논란을 벌이고 있습니다.

마치 박근혜 전 위원장 한 명을 상대로 여야의 모든 대선주자들이 전면전을 벌이는 듯합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어제 한 토론회에서 5·16에 대해 견해를 밝혔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7월16일)
- "그 당시로 돌아갔을 때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세계에서 끝에서 2번째로 힘들게 살았다. 안보가 굉장히 위험한 위기 상황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로선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 그 후에 나라 발전을 돌아볼 때 5.16이 오늘의 한국 초석을 만들었다. 바른 판단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다른 생각을 하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보다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아버지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했습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 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얼마 전 홍사덕 박근혜 캠프 선대위원장이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5·16에 대해 묻는 것은 세종이 태조 이성계에게 위화도 회군이 쿠데타인지 역성혁명인지를 묻는 것과 같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어쨌든 박근혜 전 위원장은 5·16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정면 돌파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듯합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박 전 위원장의 역사인식을 성토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5·16이 구국의 혁명, 유신독재가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역사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손학규 고문 역시 "그래서 박 전 위원장이 정말 불쌍하다는 것'이라며 '아직도 홀로 유신시대에서 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두관 전 지사 측 역시 '쿠데타를 옹호하는 박 전 위원장의 인식에 국민은 불안해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야권 대선주자들뿐 아닙니다.

같은 새누리당내 대선주자들 역시 박 전 위원장의 역사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습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말과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 실장의 말을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문수 / 경기지사(7월16일)
- "5·16은 우리 대한민국의 헌정사를 중단시킨 군부의 쿠데타로서 매우 불행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새누리당은 민주적 정당으로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헌법적 규정과 가치, 질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수호하는 집단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인터뷰 : 임태희 /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7월16일 MBN 뉴스광장)
- "저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쿠데타는 쿠데타지만 다만 18년간의 공적을 인정하는. 그래서 구태여 붙인다면 성공한 쿠데타라고 하면 몰라도 이것을 성격적으로 혁명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역사를 잘 못 가르치는 것이라고 봅니다."

김태호 의원도 '5·16은 누가 봐도 쿠데타라며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김영삼 전 대통령도 '역사 인식에 큰 결함이 있는 정치인이 국가지도가 되면 안 된다. 유신 시대의 퍼스트레이디로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했던 사람이 대통령 되기에는 결격 사유가 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야말로 여야 가릴 것 없이 박근혜 전 위원장을 향한 파상적인 공세입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런 공세를 예상하지 못하고 그런 발언을 한 걸까요?

어쩌면 40%가 넘는 안정적인 지지율을 보면서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정면 돌파를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듯싶습니다.

여야 정치권의 파상적 공세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
- "문재인 후보뿐 아니라 야권 후보 전체가 어떤 현안이 생기면 박근혜 때리기만 하니 그분이 주장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저를 보고 (정치를) 하시기보다 국민을 바라보고, 준비하신 비전과 철학 등으로 말씀하셔서 평가를 받는 것이 좋겠다."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에 골몰하기보다는 각자 자신의 정책을 갖고 경쟁하라는 점잖은 충고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지율에서 박 전 위원장에게 뒤지는 다른 대선주자들로서는 네거티브 공격도 하나의 전략인 셈이겠죠.

어쨌든 박 전 위원장의 정면돌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야당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게 뻔한 만큼 우물쭈물하기보다는 자신의 뜻을 거침없이 밝히며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듯싶습니다.

야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상승도 영향을 주었을 법합니다.

MBN 매일경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과 문재인 고문의 양자대결 지지율은 51.9%대 41.9%로 나타났습니다.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말 22.3%포인트까지 벌어진 격차가 10%포인트로 좁혀진 것입니다.

안철수 원장과 대결 역시 45.8%대 43.8%로 오차범위 내에 있었습니다.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습니다.

이제 진검승부는 시작됐습니다.

전쟁터에 나가 때로는 창이 되고, 때로는 방패가 되어 상대방을 찌르고,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는 전면전이 시작됐습니다.

누구의 창이 더 날카롭고, 누구의 방패가 더 단단한지는 전투가 끝나봐야 알 수 있겠죠.

때로는 상처입고 피를 흘려야 하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대선이라는 전장에 뛰어든 이들의 운명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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