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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게이트플라워즈 “무명밴드가 한순간에 거물밴드로‥호시절이요?”
입력 2012-07-14 10:55 

정규 음반 한 장 못 내보고 해체하는 밴드들도 수두룩한데, 저희는 행운이죠.”
팀 결성 7년 만에 정규 1집 ‘TIMES를 들고 대중 앞에 선 게이트플라워즈(GatdFlowers)가 담담하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홍대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결성된 수많은 밴드들이 그 자신들의 음악을 하다 소리 없이 사라지기 일쑤다.
데뷔 후 6년간을 무(無)의 시절로 규정한 게이트플라워즈. 어쩌면 이들 역시 오랜 기간 비슷한 길을 걸어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무엇인지 모를 힘은 게이트플라워즈를 암전의 시기에도 존재하게 했고 꿈틀대게 했다. 그리고 비로소 게이트플라워즈의 시간이 시작됐다.
이들을 설명하자면 지난해 방송된 KBS 2TV ‘탑밴드를 빼놓을 수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탑밴드였지만 게이트플라워즈는 당당하게 4강에 진출하며 탄탄한 연주력과 음악성을 수백 만 명의 시청자 앞에 ‘인증 했다.
다변화 된 밴드씬에서도 헤비 락을 전면에 내세운 게이트플라워즈의 발견은 음악계로서도 큰 수확. 최근 연남동 한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무대 아닌 공간에서는 평범한 동네 친구 같은 느낌으로, 하지만 무대 위에만 올라가면 그야말로 ‘야수처럼 돌변하는 매력적인 청년들이다.

정규 앨범을 준비하며 전업 뮤지션으로 나서게 됐다는 게이트플라워즈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대적으로 음반 홍보도 하고 데뷔 첫 전국 투어도 앞두고 있다. 마냥 좋을 법 한데 오히려 부담이 크단다.
부담이 많이 돼요. 전업 뮤지션을 하겠다고 나왔으니까. 그래도 설레고 기쁜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웬만한 밴드는 1집도 못 내보고 해체하기도 하는데, 우린 제대로 된 녹음실에서 신대철이라는, 대한민국 락의 전설과 함께 작업을 했으니. 설레고 기쁜 일이죠.”(보컬 박근홍, 이하 박)
음악에 대한 호평이 많다 하자 저희한테 무슨 빚 진 것처럼 잘 써주셔서 민망하다. 언제 술이라도 사야 하나 싶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이들은 아직 연주 실력도 부족하고 합을 맞추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자신을 낮췄다.
음반 얘기를 해보자면, 1번 트랙 제목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날, 일명 호시절이다. 많은 이들이 게이트플라워즈가 맞이한 최근의 상황을 염두에 둔 곡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상은 다른 의미가 숨어 있다고.
사실 이번 앨범 작업 하면서 호시절이라는 얘기, 별로 안 한 것 같아요. 약간 그런(정치권을 비판하기에 좋다는) 뉘앙스였죠.”(박) 우리 자체적으로는 호시절 되려면 멀었다 생각해요. 전용기 타야 호시절이죠 하하.”(기타 염승식, 이하 염) 그래도 음악 관련해 인터뷰도 하고, 전국투어도 하고. 우리가 호시절이라고 입에 담진 않지만 주위에서 보기엔 아마도 호시절일 겁니다. 술 먹다 힘들다 하면 관계자들이 ‘너희가 힘들면 남들은 어쩌라는 것이냐고 말씀하시기도 해요. 어쨌든, 호시절이 아니라고 말할 수만은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박)
얼떨떨하면서도 기분 좋은, 그렇다고 마냥 웃고 다니거나 행복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란 아마도 이런 것이리라. 그래도 그저 음악이 좋아, 음악을 놓지 않고 살아온 이들로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음악을 나눌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다.
총 12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기존 게이트플라워즈 색채와 비교했을 때 조금은 유해진 듯도 하지만 곡마다 다양한 매력이 숨어있다. 다양한 음악을 담으려 노력했어요. 곡 구성도, 연주도 전형적인 패턴이 아닌, 비트는 재미도 주려 했죠.”(박) 의도하고 집어넣은 건 아니고 즉흥 연주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입니다.”(염)
앨범 발매 전 디지털 음원으로 선공개된 ‘물어는 단순한 듯 강렬한 연주와 보컬이 어우러진 곡이다. 이밖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돌아가지 않도록, 게이트플라워즈의 음악색이 잘 드러난 ‘오해, 뭉클하면서도 격정적인 느낌의 타이틀곡 ‘잘 자라, 작업 7년 만에 비로소 빛을 본 ‘후회, 80년대 록 넘버를 떠올리게 하는 ‘도시의 밤, 서정적인 느낌의 ‘기억의 틈 등 전 곡이 개성 충만하다.
다양한 음악색을 표현할 수 있는 건 멤버마다 좋아하는 세부 음악 장르가 다르다는 데 있다. 하지만 좋은 음악에 대한 공감대와 시선이 통한” 이들은 팀 해체 위기까지 넘기며 짧지 않은 기간을 함께 해왔다.
문득 게이트플라워즈의 지난 7년간을 스캔해보자 하니 손을 절레절레 흔든다. 그전까진 스캔하고 싶지도 않고 스캔할 게 없어요.(웃음) 6년간 검은색이다가 최근 1년새 갑자기 빛으로 바뀌었죠.”(박) 형광색이죠.”(베이스 유재인, 이하 유)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09년 EBS 스페이스 공감 10월의 헬로루키로 선정됐을 때였다. 사실 우리 음악이 영미권에서는 대중가요 수준의 음악인데 국내에선 잘 안 통했죠. 우리 음악에 대한 믿음이나 자신감은 있었는데, 그 어디서도 채택된 적이 없어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헬로루키로 뽑혔던 거였죠. 만세삼창 하고 난리 났었어요(웃음).”
그렇게 인디씬에서도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밴드였던 게이트플라워즈였지만 무서운 속도로 잠잠해지는 현실 앞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자포자기 심정이었어요. 수많은 밴드들이 겪는 그런 흔한 일이니까 그러려니 생각하다가도 내부적으론 때려치울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국대중음악상 주최측에서 연락이 왔죠.”
당시 게이트플라워즈는 EP 앨범 한 장으로 2011년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최우수 록노래 2관왕에 올랐다. 비로소 게이트플라워즈의 시대가 열리나 싶었으나 거기까지였단다. 한국대중음악상 받고 며칠 뒤에 홍대에서 공연을 했어요. 많이 오실 줄 알았는데 총 22명 정도 왔나? 하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크다면 큰, 하지만 순수한 꿈 하나였다. 그래도 인생에는 세 번의 기회가 있다 했던가. 게이트플라워즈에겐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탑밴드였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지원서를 썼어요.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요. 예고편에 살짝 나왔는데 반응이 폭발적으로 올라왔죠. 관객 수 20명으로 홍대 거물밴드가 돼 버렸네요.”(박)
게이트플라워즈의 ‘탑밴드 출전을 두고 팀 내·외부에서 갈등과 논란이 있었지만 이들은 게이트플라워즈를 알리기 위함”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로 출전했을 뿐이다. 결과는 4강 진출. 대중과 호흡하는 게이트플라워즈의 음악 여정의 비로소 그 때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떤 추억이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하랴. ‘탑밴드에 대해 이들은 즐겁고 보람있지만 괴롭기도 한 추억의 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염승식은 지금도 ‘탑밴드 시즌2가 진행 중이고, 프로그램 덕을 많이 봤기 때문에 아직 ‘탑밴드의 영향권을 벗어날 순 없겠지만 앞으로는 우리 힘으로,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출판사에서 교정·교열 업무를 맡던 박근홍, 입시학원 영어 강사로 일하던 염승식,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양종은 그리고 음악 관련 사업을 해온 유재인까지. 하던 일을 내려놓고 음악에 올인, 전업밴드를 선언했지만 게이트플라워즈 음악의 본질과 지향점은 그대로다.
프로그램 이후 사람들이 우릴 예전과 달리 보는 건 맞아요. 하지만 멀었어요. 우리가 느끼기엔 갈 길이 아직 완전 멀었죠.”(박)
멤버별 릴레이 칭찬을 부탁하자 난색을 표하며 이내 폭로전으로 돌변해버리는 모습에선 남다른 팀워크와 멤버 사랑(?)이 엿보이는 게이트플라워즈. 함께 지내 온 오랜 시간의 내공이 제대로 빛 발할 때다. 바로 14일 서울 홍대 상상마당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6개 도시에서 ‘GATE FLOWERS EXPERIENCE NATIONAL TOUR 타이틀의 클럽 투어 공연을 펼친다.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전주 등지의 클럽에 게이트플라워즈가 뜬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팬심이 들썩이고 있다. 게이트플라워즈는 혹시라도 못 보신 분들이 후회할 정도로 정말 멋진 공연을 보여드리겠다. 공연장에 들어오신 순간부터는 마음껏 즐기실 수 있도록 우리가 다 책임지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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