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근혜 캠프, '외인부대' 다시 뜬다
입력 2012-07-04 12:26  | 수정 2012-07-04 17:14
박근혜 경선 캠프의 인적·조직 구성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경제 민주화를 상징하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과 4대 강 비판자로 상징되는 이상돈 전 비대위원의 합류입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과 이상돈 전 비대위원은 지난 4.11 총선 당시 MB 정부 핵심 실세 용퇴론과 친이계 공천 반대를 가장 앞장서서 주장했던 사람들입니다.

친박계가 '친이계 학살'이라는 오해를 살까 말조심을 하고 있을 때, 앞장서서 총대를 멨다고 해야 할까요?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으로서는 두 사람의 공으로 공천 혁명을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선거 승리와 함께 대선 후보로서 확고한 입지를 굳힐 수 있었습니다.

비대위 해체와 함께 떠났던 박 전 위원장 곁을 떠났던 두 사람이 캠프에 다시 합류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더는 이명박 정부와 함께 가지 않겠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것일까요?

MB와 선 긋기가 아니라 아예 갈라선다는 것을 천명하는 걸까요?

또 다른 포석도 깔린 것 같습니다.

경제민주화와 이명박 정부 비판은 야당의 단골 메뉴였습니다.

그러나 김종인·이상돈 전 비대위원의 영입으로 이슈 생산을 새누리당이 선점한 것처럼 보입니다.


여당으로 갈지, 아니면 야당으로 갈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간층을 잡는 효과도 노린 듯합니다.

두 사람의 영입이 1석 3조의 효과가 있는 셈인가요?

지난달 뉴스 M에 출연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종인 /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6월1일 뉴스 M)
- "우리 경제현실을 아주 냉엄하게 직시하고 우리 경제의 기반을 보다 탄탄하게 재조정하려면 경제 정책에 아주 합리적인 합리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어요.
(앵커) 박근혜 전 위원장은 그렇게 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관찰한 박근혜 위원장은 충분히 해 낼 수 있을까 생각해요.
(앵커) 문재인 고문이나 안철수 원장은 그럴 능력이 없습니까?
뭐, 내가 그 사람들에게 능력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는 할 수가 없고. 그래도 그 사람들에 비해서 박근혜 위원장이 비교적 준비가 오랫동안 된 사람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두 사람은 캠프 합류와 함께 언론 인터뷰를 활발히 하며 과거 비대위에서 그랬던 것처럼 세력의 추를 '당'에서 '캠프'로 옮겨 놓고 있습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이한구 원내대표와 최경환 의원을 향해 '재벌 기업의 이해를 대변한다', '경제민주화를 자꾸 왜곡한다'고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도 '김종인 전 의원이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지금 제가 알기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응수했습니다.

▶ 인터뷰(☎) : 김종인 /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MBC 라디오 인터뷰)
- "경제민주화가 뭔지 모르겠다고 그러면서 정치민주화는 그럼 이해하느냐고 묻고 싶어요."

이상돈 전 비대위원도 논쟁에 가세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의 편을 들었습니다.

지난 2일 뉴스 M에 출연했던 이상돈 전 비대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상돈 / 중앙대 교수(7월2일 뉴스 M)
- "최경환 의원 같은 분은 경제 정책보다는 캠프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실 것이고 그리고 경제 민주화라고 하면 이것이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원칙이 서 있는 자본주의 그러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복지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것이죠."

경제민주화 논란이 뜨겁지만, 새누리당으로서는 이런 논란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누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시끄러운 논란 자체만으도 대선 이슈인 경제민주화라는 용어와 아젠다를 새누리당의 것으로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의원의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이 어제 뉴스 M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유정복 / 새누리당 의원
- "모든 국민이 잘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경제 개념으로 볼 때 김종인 전 수석 장관 이야기나 다른 분들 이야기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경제 민주화를 자꾸 이상하게 다르게 왜곡해서 갈등이 있는 것 아닌가?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서 중점이 다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갈등 관계로 보지는 않습니다.
(앵커) 문제는 대외적인 언론을 통해서 비판을 하시니까요. 국민, 지지자들이 볼 때는 "왜, 또 싸우지?" 생각하지 않을까요.
언론이 싸움이 되면 의미를 가지고 보시는데 그것도 한 측면에서강조점을 이야기 한 것이고요. 실제 싸울 수 있는 그런 환경보다도 그런 이유는 없습니다."

두 사람은 인천공항 매각과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대해서도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상돈 전 비대위원은 '이 정권은 새로운 일을 벌이지 말고 하던 일이나 잘하면서 조용히 정권을 넘겨줄 준비를 하는 게 합당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야당이 해야 할 말이 새누리당 내에서 먼저 나오는 셈입니다.

박근혜 의원의 눈치를 보며 할 말을 제대로 못 한다고 비판받던 새누리당.

그래서 불통의 이미지가 드러났던 박근혜 캠프에 다시 활력이 되살아나는 걸까요?

다른 한쪽에서는 친박계와 이들 외인부대의 권력 다툼, 갈등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이쯤 되면 박근혜 캠프는 이미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대위에서 성공한 박근혜 외인부대 전략이 대선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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