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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살빼지 말라는 소란이 건네는 가장 따뜻한 위로
입력 2012-04-26 08:07 

지난해 가을 발표된 민트페이퍼 컴필레이션 음반 ‘cafe : night&day는 음악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타이틀곡 ‘준비된 어깨는 청량한 감성과 여심을 자극하는 풋풋한 가사로 화제를 모았다.
곡의 주인공은 홍대씬의 기대주로 손꼽히는 4인조 밴드 소란(SORAN)이다. 어쩌면 여성들의 판타지 속 남성들의 모습을 대변하기에 남성들에겐 공공의 적(?)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그들의 음악은 남성들에게도 꽤 통한다.
영화 ‘러브픽션 속 하정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방울방울한 음악이다. 최근 홍대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소란은 우리 앨범을 듣고 있으면 연애하는 것 같다는 얘길 해주시는데, 기분이 매우 좋다”며 반색했다.
봄에 연애하는 기분이라, 상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지난 3월 발표된 소란의 정규 1집 앨범 ‘Natural은 따뜻한 봄과 여름 사이, 좋은 음악 찾아듣는다는 음악팬들 사이에 단연 인기몰이 중이다. 자극적인 소스를 쏙 뺀 자연스러운 편곡. 전체적인 느낌이 ‘Natural이라는 타이틀에 딱이다.
소란에게 이번 앨범은 소속사를 갖게 된 후 처음 만든 정규 앨범이라는 점에서 조금 특별하다.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었던 미니, 싱글 앨범”에 비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앨범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니 자연스럽게 의욕도 넘쳐난다.
가장 소란스럽다고 평할만한 곡은 ‘돌아오는 날이다. 지금껏 보여준 소란의 모습과 가장 닮아있다는 이 곡을 데뷔 앨범 첫 트랙에 실은 이유이기도 하다.
타이틀곡 ‘살 빼지 마요는 편안한 멜로디뿐 아니라 재기발랄한 가사가 일품이다. 안티 다이어트송이라는 점에서 다소 위험(?)할 수도 있지만 풋풋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쩌면 남녀노소 불문, 모든 이들에게 가장 일상적인 위로가 아닐까.
마지막까지 타이틀 경쟁을 벌인 곡은 ‘가장 따뜻한 위로다. 보컬 고영배는 멤버들도 가장 좋아하고, 엔지니어도 홀딱 반했다 하시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밖에도 고영배와 절친 권정렬(십센치)이 함께 부른 ‘미쳤나봐를 비롯해 ‘연애의 재구성, ‘내꺼라면, ‘시간의 노래, ‘벚꽃이 내린다, ‘차라리, ‘가을목이 등 통통 튀고 유쾌하면서도 편안한 곡들이 수록돼 있다.
소란이라는 팀명은 역설의 미학에서 탄생했다. 학창시절 만든 음악 중엔 노래는 신나는데 가사는 슬픈 곡들이 꽤 많아요.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공감각적이고 역설적인 재미가 있죠.”(고영배)
소란 하면 일반적인 의미론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지만 밴드 소란은 다르다. 우리가 생각하는 소란스러움은, 듣기 편하면서 내공이 있는, 진짜 음악 잘 하는 그런 느낌이죠. 거부감 없이 듣기 쉬운 노래인데 질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음악이요. 내공이 단단해야 가능한 일이겠죠.”
대학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고영배는 지난 2009년 밴드 음악으로 진로를 결정한 뒤, 멤버 구성을 위해 데모를 들고 다니며 ‘무림고수 수소문에 나섰다. 지금은 이승환밴드에서 활동 중인 기타리스트 전훈과의 인연으로 서면호(베이스), 편유일(드럼), 이태욱(기타)를 만나게 됐다.
이들 모두 각자의 영역에선 손꼽히는 실력파지만, 정작 멤버 개개인이 추구하는 음악도 모두 달랐다. 대부분의 곡을 쓴 고영배가 가장 소란 스타일에 가깝다면 편유일은 퓨전재즈 장르에 심취했고 서면호는 더 센 음악을 해오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소란으로 뭉치게 됐을까.
처음엔 군 복무를 마치고 연주에 더 집중하려던 계획이었는데(그는 군악대 출신이다), 영배형의 음악이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특히 영배형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어요. 지금 같은 밴드를 하고 있지만 형의 음악 자체를 존경하고 신뢰해요. 음악 성향의 차이는 서로 맞춰가고 있고, 그 결과물이 이번 1집입니다.”(편유일)
다른 밴드에서 활동 중이던 서면호 역시 고영배의 데모 음원을 듣고 ‘이 친구라면 뭔가 해 볼만 하겠다 싶어 흔쾌히 소란에 합류하게 됐다.
이들은 그런 의미에서 이번 ‘Natural 음반은 멤버 개개인이 지닌 개성의 교집합이자, 그것들을 섞어놓은 음악으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처음엔 저도 모르게 소란 음악을 컨트롤하려는 경향이 있었어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밴드로서 음악을 만들어가다 보니 넷이서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땐, 상상도 못 했던 시너지가 나오더군요. 그게 바로 밴드를 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고영배)
이들은 아직 각자가 지닌 자기 영역의 풀 파워가 날카롭게 살아있어 소란만의 무언가가 나왔다고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언젠가 극한의 융합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긍정 에너지 충만, 매사 의욕에 찬 모습이지만 소란 역시 고민이 없진 않다. 현 시점 소란의 고민이 무엇이냐 묻자 같은 벚꽃인데 버스커버스커만 잘 되는 것”이라는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주지하다시피 ‘벚꽃엔딩이 수록된 데뷔 앨범으로 올 봄 음원차트를 석권한 버스커버스커는 Mnet ‘슈퍼스타K3라는 방송을 통해 탄생한 스타다. 반면 소란은 수록곡 ‘벚꽃이 내린다를 통해 소위 음악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방송과의 딜레마를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고민이에요. 앨범을 들어보신 분들은 정말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데, 그렇게 (파생되는 결과를) 못 만들고 있다는 게 고민이죠. 더 많은 분들에게 어떻게 어필하고 다가가야 할지, 방법적인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영배는 KBS 2FM ‘최강희의 야간비행 목요일 코너 ‘골목 끝 음반가게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타고난 입담으로 DJ 최강희의 애정을 듬뿍 받는 것은 물론, 소란을 다수 대중에 알리는 홍보대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관 검색어도 인기다.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홍대 이병헌으로 통하고 있는 고영배는 죽을 때까지 밀 것”이라며 이병헌을 닮은(!) 미소를 지었다. 이에 질세라 베이스 서면호는 최근 하정우 씨 닮았다는 얘기를 조금씩 듣고 있다”며 은근히 ‘홍대 하정우 탄생을 예고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겪은 최고의 소란은 1년 전, 상상마당에서 선보인 단독 콘서트란다. 현 레이블에 소속되기 전 수작업으로 진행한 마지막 공연. 어렵게 준비한 공연 막바지, 공연장을 꽉 채운 관객들이 ‘이렇게 행복해라는 미니앨범 수록곡을 따라해주는 모습을 본 순간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적이었어요. 그래, 이거야. 음악 하길 잘 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은 각종 방송 활동과 더불어 5월 12일 예정된 단독 콘서트 ‘19 준비에 여념이 없다. 기 발표곡 전곡을 완벽하게 팬들에게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최종적인 목표는 국민밴드다. 유명세를 얻기 위한 게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음악을 정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그런 의미에서 ‘국민밴드입니다. 그러기 위해 저희는 각자 위치에서 연주 잘 하는 드림팀이 되겠습니다.”(서면호)
평생 함께 음악 할 수 있는 동반자를 만나고 싶은 게 컸는데, 이렇게 소란을 만나게 됐으니 오랫동안 함께 하는 연륜 있는 밴드가 되고 싶습니다.”(편유일)
누구보다 당찬 이들의 1년, 5년, 10년 후 모습이 문득 궁금해졌다.
1년 안에 1천석 규모의 아트센터 공연을 성사시키고 싶어요. 5년 후엔 소란 전국투어와 함께, 한국대중음악상을 비롯한 국내외 시상식을 석권하고 싶고요. 10년 후는 음... 월드투어?(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해피로봇 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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