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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비’, 어쩌다 예쁘기만한 된장 드라마가 됐나[연예기자24시]
입력 2012-04-24 13:46 

사실 ‘된장녀 와 ‘완벽녀의 차이는 알고 보면 종이 한 장 차이다.
누가 봐도 예쁜 얼굴과 여성스러운 몸매를 지녔고, 경제력까지 넉넉해 명품 백과 화려한 옷들도 제법 두루 갖췄다. 어딜 가나 시선을 압도하는 이 여성이 자신만의 개성과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지녔다면, 그야말로 ‘완벽녀가 된다.
하지만 딱 하나, 이 모든 것을 동일하게 갖췄어도 속 알맹이가 실종된 순간 그녀는 알수록 질리게 되는 ‘된장녀로 전락해버린다. 차라리 기대치가 낮았다면 실망도 덜 할 텐데, 나머지가 너무 완벽한 탓에 ‘된장녀에 대한 상대의 분노는 배가 돼버린다.
윤석호 감독의 드라마, ‘사랑비가 딱 그렇다.

윤석호 감독의 6년 만의 복귀작 KBS 2TV ‘사랑비는 명품 드라마로써 갖출 수 있는 모든 인프라를 완벽하게 갖췄다. ‘한류 스타 장근석, 윤아 주연으로 방송 전부터 폭풍적인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아 일본에서는 이미 ‘사랑비 판권이 역대 일본 판권수출 최고가인 90 억 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류의 시초, ‘겨울연가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과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 ‘소녀시대 윤아의 조합만으로 이뤄낸 놀라운 성과다.
국경을 넘는 팬들의 기대 속에서 베일을 벗은 ‘사랑비는 분명 아름다웠다. 곳곳에 깔리는 배경 음악의 부드러운 선율이며 계절에 따른 그림 같은 장면들은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방영되는 여타의 프로그램과는 달랐다.
잡히는 장면마다 화보를 연상케 하는 장근석과 윤아을 비롯해 김시후, 손은서, 김영광, 신지호 등 ‘비주얼 신예스타 들의 대거 출연으로 그야 말로 순정만화를 보는 것과 같았다. 뿐만 아니라 정진영, 이미숙을 중심으로 한 중년 로맨스 역시 애절한 서정성을 더하며 ‘로맨스 의 진수를 보여줬다.
하지만 딱 하나, 스토리의 진부함은 벗어나지 못했다. ‘영원한 사랑 이라는 불변의 메시지는 시대를 통틀어 모든 대중의 로망이고 삶의 일부분이다. 이 메시지를 시대에 맞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개성을 갖고 전달하느냐가 드라마 공감의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면에서 ‘사랑비는 다양한 시청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속적인 흡입력을 지니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인기 드라마의 모든 준비 요소를 완벽하게 갖췄음에도 불구,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 버린 것.
결정적으로 ‘사랑 에 대한 불변의 진리를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이를 시대에 맞게 표현하고자 하는 고민의 흔적이 없었다. 때문에 ‘느림의 미학, ‘복고의 마력 등으로 애써 포장하려 해도 진부한 캐릭터, 스토리에 대한 지적을 피해갈 순 없었다.
장근석과 윤아의 도에 지나친 느림보 러브라인은 답답함을 불러 일으켰고, 친구· 군입대· 병 등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 요소들은 뻔해도 너무 뻔했다. 신파극을 연상시키는 70년대 러브 스토리는 그렇다 치지만, 2012년 현대판 러브 스토리 역시 다를 건 없었다. 톡톡튀는 장근석과 윤아의 연인 호흡이 현대에 와 조금은 편안해진 듯 했지만 티격태격하던 두 캐릭터가 점점 서로에게 빠져들고, 부모 세대로 인해 겪을 혼란과 갈등 역시 새로울 것이 전혀 없었다.
트렌드는 급변하고 있지만, 윤석호 감독의 언어는 여전히 그대로였고 여타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뻔한 ‘4각 로맨스에 평면적인 캐릭터들, 반전 없는 스토리와 뻔한 갈등 요소들은 ‘사랑비의 추락을 몰고 왔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반전과 강약 조절이 부재한 ‘사랑비는 여전히 스토리 내부의 변신 보다는 일회성 볼거리를 제공하는 카메오 출연, 키스 신, OST 등 작품 외적인 요소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사랑비는 첫 방송 이례 줄곧 5%(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 대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 올린 수익만으로도 이미 ‘사랑비로 인한 누구의 손실은 없을 것이다. 다만, 기대 속에서 ‘사랑비를 기다려온 팬들과 시청자들만의 한숨만이 남을 뿐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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