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한 폭의 수묵화에 담아낸 우리 소리 ‘뮤지컬 서편제’
입력 2012-04-06 19:07 

[매경닷컴 MK스포츠 박정선 기자] 공연이 시작도 하기 전, 켜켜이 드리운 하얀 한지 장막이 바람에 흩날리며 우리 향기가 짙게 묻어난다. 희뿌연 연기가 객석까지 들어찬 후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선다. 늙은 동호와 송화, 그리고 어린 동호와 송화가 시공을 초월해 한데 어우러진다.
록커로서 한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늙은 동호는 애틋한 기억 속 누이 송화를 찾아 헤매다가 눈이 먼 송화를 만난다. 곧이어 자신들의 소리를 찾기 위해 걸어왔던 옛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극중 가장 중요한 장소는 길이다. 길에서 자신들의 소리를 찾고, 삶을 그려낸다.
뮤지컬 ‘서편제는 한정된 무대 위에 이 길을 적절하게 연출했다. 한지 장막이 이리저리 이동하며 길을 만들어내고, 하얀 한지에서 새빨간 꽃이 피고진다. 회전식 무대는 소리를 찾아 유랑할 때의 고난과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공연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록, 발라드,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해 관객들의 귀에 쉴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한(恨)이 담긴 우리 소리와 서양 음계의 조화는 상상 이상이다. 특히 10분 가까이 이어진 주인공 이자람의 심청가 절창이 압권이다.
공연장을 나서며 ‘이자람 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 다는 건 아쉽지만, 라이선스 뮤지컬의 포화 속에서 돋보이는 장면임에는 분명하다. 이자람 외에 이영미, 차지연이 ‘송화를 연기한다. 4월 22일까지.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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