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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2’ 존경과 모욕의 잔혹한 딜레마
입력 2012-04-06 14:55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2의 출연 가수들이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6일 복수의 가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나가수2 출연 물망에 오른 가수들은 이적, 김연우, 이은미, 윤건 등이다.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김영희PD는 시즌1에서 보컬리스트들의 경쟁에 ‘나가수식 창법 ‘무대의 획일화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을 보완하기 위해 ‘나가수2에서는 자기색깔을 가진 소위 뮤지션들의 출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결과다. 또 김PD는 지나친 경쟁보다는 축제의 장을 만들겠다”며 이번 ‘나가수2의 큰 그림을 설명했다.
시즌1에서 지적됐던 문제점을 제작진 스스로가 어느정도 공감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상황은 시즌1 보다 훨씬 처참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색깔이 뚜렷한 뮤지션들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그 자체로 흥분되는 일이지만 ‘나가수2가 여전히 경쟁이라는 프로그램 구성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는 한 순위경쟁은 불가피 하기 때문. 문제는 객관적으로, 모두가 공감할 만한 순위결과가 나오겠냐는 것이다.

제작진의 기존 청중평가단 외에 준전문심사단, 생방송으로 진행될 경우 시청자 투표 등 다양한 평가방법을 구상하고 준비 중이다. 좀 더 객관화된 평가 방식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이 같은 발상 자체는 예술이 특정한 기준과 잣대에서 그 수준을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 또 소위 다수의 선택은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전제도 밑바탕에 깔려있다.
하지만 실제로 소위 뮤지션으로 불리는 이들의 예술적인 신념이 이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우리가 이들을 뮤지션으로 부르는 것은 이들이 대중성과 거리를 두는 선택을 하더라도 자신의 음악적 소신을 지켜왔음을 인정하고 존경해 온 것이다. 데뷔 이래 숱한 히트곡을 만든 이적이 한때 소위 뽕끼 섞인 후크송을 만들지 않은 것은 그의 음악적 역량이 부족해서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나가수1의 ‘성대(聲帶) 대결이라는 비난은 당시 출연한 뮤지션들에게 적잖은 위안이 됐다. ‘성대 싸움에서 밀렸을 뿐 음악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나가수2는 대놓고 ‘뮤지션을 경쟁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음악성이 핵심이었던 뮤지션들에게 준전문평가단, 시청자 까지 동원해서 '음악성'을 비교, 평가 하겠다는 의지다. '나가수2'에 나가 자신의 음악을 했을 뿐인데, 그의 음악이 다른 뮤지션의 무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을 뮤지션들에게 납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취향의 문제일 뿐인 음악을 순위로 객관화 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뮤지션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나가수2는 분명 전에 비해 발전된 프로그램 포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력 있는 가수들의 재조명도 분명 의미가 남다르다. 아이돌 음악만 쏟아지는 가요계에서 음악의 본질이나 감동의 차원이 다른 노래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도 설득력 있다. '나가수2'에 합류를 결정한 뮤지션들은 대부분 이에 동의했기 때문이고 제작진 역시 이 같은 존경심에 해당 뮤지션들을 섭외를 진행했음도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자신의 신념과 색깔을 고집스럽게 지키려 해 온 가수들에게 모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잔혹한 딜레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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