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불법 '사찰'과 합법 '감찰', 그리고 총선
입력 2012-04-02 18:10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가 전·현 정권 사람들의 진실 공방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어제 참여정부 때도 광범위한 민간인 불법 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민간인 불법 사찰을 주도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신인 조사심의관실이 민간인 다수와 여야 국회의원 등을 사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최금락 / 청와대 홍보수석(4월1일)
- "이번에 공개된 사찰 문건 2600여 건 가운데 80%가 넘는 2,200여 건은 이 정부가 아니라 한명숙 현 민주통합당 대표가 총리로 재직하던 노무현 정부에서 이루어진 사찰 문건입니다."

청와대는 특히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이 참여정부에선 불법사찰과 민간인 사찰은 상상도 못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습니다.

2003년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 인천시 육덕선 농구협회장, 2007년 김의협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연합회 회장에 대한 조사를 거론하며 '이들은 민간인이나 정치인이 아닌지 질문드린다'고 반격했습니다.

또 2007년 1월 보고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2교대 근무전환 동향파악, 전공노 공무원 연금법 개악 투쟁 동향 등도 단순한 내부감찰이나 인사동향이라는 거냐고 반문했습니다.

아울러 사찰 보고서에 'BH 하명'이라고 표기한 것과 관련해서는 청와대로 진정 또는 제보된 사안을 사정기관에 이첩해 처리하는 것은 정당한 업무 절차라고 설명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공개된 2,600여 건 가운데 2,200여 건이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문건이라는 점은 시인했습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참여정부 시절 작성된 이 문건들은 모두 총리실이 아닌 일선 경찰서와 경찰청이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이명박 정부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근무한 김기현 씨가 소장하고 있던 USB에서 나온 것인데, 김 씨는 참여정부 때 총리실이 아닌 경찰청 감찰부서에서 근무했다고 근거를 댔습니다.

김 씨가 경찰청에서 작성된 감찰 파일을 이명박 정부 들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 파견 가면서 USB에 담아 갔다는 주장입니다.

정리하자면, 참여정부 때 작성된 사찰 문건 2,200여 건은 경찰의 일상적인 감찰 보고서였을 뿐, 청와대나 총리실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반면 나머지 이명박 정부에서 만든 400여 문건 가운데 상당수는 총리실에서 작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김영환 의원 관련 문건은 이번에 공개된 2,200여 문건에 없는 문건이라며 출처를 밝히라고 공세를 폈습니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말입니다.

▶ 인터뷰 : 정세균 / 민주통합당 상임고문(4월1일)
- "이명박 정권은 이 문제에 우리 민주당의 전신인 노무현 정권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물타기입니다. 우리 는 이미 민간인 사찰과 정상적인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공직자에 대한 윤리문제를 다루는 감찰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도 유세 도중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차와 전공노 관련 동향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한 경찰의 일상적 보고였을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민주당은 또 현 정부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근무한 다른 사람들의 USB까지 공개하면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은 더 방대한 규모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9월 경찰에 방송인 김제동 씨와 김미화 씨를 비롯해 방송인 다수를 뒷조사하라고 지시했다는 문건도 공개됐습니다.

당시 김제동 씨의 KBS 방송프로그램 하차와 관련해 정치적 외압설이 돌았고, 당시 민정수석은 권재진 현 법무장관이었습니다.

어떤 것이 불법 사찰이고, 어떤 것이 합법적인 감찰이었을까요?

어쨌든 이 문제는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총선에 핵심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자신도 불법 사찰의 대상이었다며 이명박 정부와 참여정부 모두를 비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4월1일)
- "새누리당 지난 정권이 정권 할 것 없이
저를 사찰했다는 보도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불법 사찰을 했다는 것이 밝혀진 셈입니다. 이런 잘못된 정치 확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누리당은 불법 사찰은 모든 정권에서 자행해왔던 일이라면서 동시에 이명박 정권의 불법 사찰과 지금의 새누리당은 관계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특검을 통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의 불법사찰과 지금의 새누리당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상임고문(4월1일)
- "MB 정부 시절의 최대 주주가 박근혜 위원장 아니잖습니까? 박근혜 위원장의 동의 없이는 어떤 입법도 불가능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와서 MB 정부의 이런 국가 범죄, 국정파탄에 공동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이 이제 와서 책임이 없는 듯이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민주통합당은 또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특별검사 도입은 특회 본회의 통과와 준비기간만 두 달이 걸린다며 시간 끌기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당시 민정수석이 권재진 현 법무부 장관이라며 특검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신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조속히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여야가 이처럼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데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근본적인 시각과 방법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 때문입니다.

정치 전문가들은 민간인 사찰 문제가 부동층에 영향을 미쳐 서울 수도권에서 10석~20석 정도가 움직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민간인 사찰 문제로 서울에서 10석도 건지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그다지 영향이 없다며 오히려 보수층을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될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여야 어느 쪽이 엄살을 떠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민간인 사찰 문제가 대체로 야권에 좀 더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참여정부도 사찰을 했고, 박근혜 위원장도 피해자라는 논리가 먹혀들면서 오히려 야권에 불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표심은 어디로 움직일까요?

총선 정국은 점점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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