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중 “서태지로 시작한 음악, 그 끝은‥”[인터뷰]

김석중이라는 뮤지션은 서태지로부터 출발한다. 2004년 서태지가 정규 7집을 발표하며 앨범 작업 및 밴드 구성에 김석중을 발탁한 것. 기존 음악적 프로필이 전무하던 뮤지션이 ‘완벽주의자 서태지의 앨범작업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최근 그는 오파츠(Ooparts)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첫 솔로 정규 앨범 '일렉트로닉 펄스 딕셔너리'(Electric pulse dictionary 이하 E.P.D)를 공개했다.
1999년부터 2011년 까지 10년 정도 작업한 곡들을 모아 다듬어 낸 앨범이죠. 10년간 써온 일기장 같은 느낌이랄까.” 김석중은 간략하게 앨범을 소개했다.
'E.P.D'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순수 일렉트로닉 앨범이다. 덥스텝 등 최신 장르부터 하우스, 포스트록, 일렉트로닉카, 인더스트리얼 등 일렉트로닉의 세부 장르별 노래 14곡이 수록됐다. 비티 스윙(BTswing)의 멤버 제이 빈(J.bin)이 참여한 ‘벤젠스(VENGEANCE)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컬이 없는 연주곡이다.

앞서 언급했듯 김석중의 프로필은 서태지로 시작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3집 쯤부터 ‘저런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집에서 혼자 음악 프로그램들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10년 전 처음 데모를 서태지 컴퍼니에 보냈어요. 이번 앨범에 수록된 ‘디스 이즈 더미(This Is Dummy)란 곡이 그 데모 안에 있던 곡이죠. 그리고 마침내 연락이 온 거죠.”
김석중은 전형적인 ‘서태지키드 였다. 서태지 음악을 듣고 자랐고 서태지 처럼 음악을 하고 싶었다.
10년 전 쯤인가 밴드를 만들고 앨범을 내볼까 생각도 했었어요. 당시에 유행하던 뉴메틀 스타일의 밴드였죠. 그때 서태지씨의 6집 앨범이 나왔고 ‘저렇게 못할거면 그냥 접자는 마음이 들더군요. 웃기는 얘기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일렉트로닉으로 방향을 튼 것도 그 때문에요.”
아이러니하게 록을 포기하고 일렉트로닉이라는 새로운 도구에 눈을 뜨게 되서야 서태지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태지의 눈은 정확했다. 김석중은 서태지의 기대 속에서 자신만의 스타일과 테크닉을 완성시켜 나갔다.
실례로 김석중이 서태지와 함께 ‘교실이데아 리믹스 작업 중 음원이 해외 사이트를 통해 유출된 적이 있는데 이 음원이 해당 사이트에서 2주간 차트 1위를 차지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트랜스포머 제작진이 김석중과 함께 음악 작업을 하고 싶다고 제의까지 해 왔다.
뭐 영어를 제대로 이해 못해서 그게 뭔지 잘 몰랐죠. 근데 뭐 아쉽지는 않아요. 솔직히 제가 좋아하는 감독 영화도 아니었는데요. 뭐.”
서태지와 음악 작업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경험이겠지만 서태지 키드였던 김석중에게는 유독했다.
워낙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고 열려있는 분이라서 어떤 음악도 대화를 나누기가 편하고 즐거운 편이에요. 거의 함께 있는 시간은 음악 얘기 뿐이에요. 8집 같은 경우 1년 정도 함께 작업했는데 1년 내내 거의 음악 작업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 워낙 음악을 잘하시니까 옆에 있어서 특별히 가르쳐 주고 배운다기 보다는 그 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걸로 충분히 훈련이 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김석중은 이번 자신의 솔로 앨범 ‘E.P.D가 자신의 음악적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자신을 일렉트로닉 뮤지션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록 음악이에요. 사실 지금 은하연합이라는 밴드를 만들어서 앨범을 준비 중이기도 하고요.” 현재까지 은하연합에 대해 알려진 김석중이 보컬을 맡으며 기타리스트 매쓰(MATH)가 포함돼 있고 브리티시 록 장르를 한다는 것 정도다.
3년 정도 공을 들였어요. 지금까지도 후반작업이 계속되고 있는데 퀄리티 만큼은 만족할 만한 수준일 거예요.”
서태지로 시작한 그의 지난 10년간 음악적 여정이 ‘E.P.D 앨범에 고스란히 담겼다면 앞으로 10년, 혹은 그 이상은 밴드 은하연합으로 꽃 피울 것으로 기대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