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간이 멈춘 곳' 후쿠시마에 들어가다
입력 2012-03-06 23:07  | 수정 2012-03-07 00:24
【 앵커멘트 】
1년 전,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그곳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사실상 '죽음의 땅'으로 변한 원전 반경 20km 안쪽 '통행금지의 땅'까지 MBN 취재진이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들어갔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갈태웅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20km 떨어진 미나미소마시 검문소.

철통 경계를 펼치는 일본 경찰들 모습이 보입니다.

원전 20km 반경 이내, 지진과 쓰나미로 피해를 본 주민들만 허가증을 보여주고, 두세 시간씩 집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한 농장주와 어렵게 접촉해 화물차 사료 칸에 몸을 숨기고, '통금의 땅' 잠입에 성공했습니다.


((현장음))
"현재 저희는 출입이 통제된 원전 반경 20km 이내 지역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은 사실상 시간이 멈춘 곳으로, 민간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곳입니다."

오로지 정적만이 흐르는 땅.

폭설 속 거대한 쓰레기 더미, 뼈대만 남은 건물, 그리고 논밭에 나뒹구는 승용차들.

30분 걸려 도착한 곳은 농장주 요시자와 씨가 운영하는 M 목장.

원전에서 14km 떨어져 있어 방사선량만 한때 15마이크로시버트를 웃돌았습니다.

하지만, 원전 사고 이후에도 떠나지 않고, 우직하게 소 300마리를 키워온 유일한 곳입니다.

하릴없이 주인만을 기다려온 소들을 위해 요시자와 씨는 서둘러 볏짚 사일리지를 먹입니다.

방사능 축적 우려 때문에 먹지도 못하는 소를 왜 굳이 키우는 걸까.

▶ 인터뷰 : 요시자와 씨 / M 목장 농장주
- "축산농가, 소 키우는 사람의 고집으로, 이런 소들을 도저히 내 목장이나 우사 안에서 굶겨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 스탠딩 : 갈태웅 / 기자 (일본 후쿠시마)
- "이곳의 방사선량은 7에서 8마이크로시버트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요시자와 씨는 이곳을 왔다갔다하면서, 때로는 숙식하면서 소를 정성껏 키우고 있습니다."

사고 이후에도 그는 숙소에서 원전 동태와 방사선량 추이를 점검하며, 사육 여건을 관리합니다.

1년 동안 이 생활을 반복하며, 심지어 식수조차 목장 우물을 고집한 결과 그의 피폭량은 인근 주민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체르노빌과 다름없다는 요시자와 씨, 하지만 결코 목장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와야 할 땅이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요시자와 씨 / M 목장 농장주
- "도저히 죽게 내버려둘 수 없습니다. 나는 여기 내 땅에서 다시 한번 언젠가 축산업으로 부활하고 싶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MBN뉴스 갈태웅입니다.[ tukal@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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