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설익은 '공약' 국민은 '혼란'
입력 2012-02-02 13:41 
정치권이 설익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간사인 김동성 의원은 총선 공약으로 병사 월급을 40만 원 선으로 올리는 방안을 당 정책위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병사월급은 9만 원 선인데, 이를 4배 정도 올린다는 겁니다.

이럴 때 필요한 재원은 연간 1조 원에 달합니다.


외국과 비교하면 대만은 40만 원, 이스라엘은 20만 원 선이어서 인상 필요성은 있지만,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민주통합당도 오늘 군병사들의 월급을 매달 30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군에서 복무하는 21개월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면 630만 원 정도 되는데, 이러면 한 학기 대학등록금을 낼 수 있습니다.

20대인 병사들의 표심을 얻겠다는 것인데, 사람들 반응은 어떨까요?

긍정적 반응도 있지만, 정치권이 꼼수를 부린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학 등록금을 살인적으로 올리고, 반값 등록금 약속을 팽개친 사람들이 이제 와서 병사월급을 올려 대학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생색낸다는 겁니다.

차라리 군 가산점제를 도입해 군 복무 기간 발생한 경제적 손실과 학업중단 불이익을 보상해주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남부권 신공항' 얘기도 뜬금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기한 '동남권 신공항'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동남권 신공항 무산으로 떨어져 나간 영남 표심을 잡겠다는 사탕발림일까요?

어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현행 대학입시제도를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로 단순화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수능 비중을 줄여 나중에는 적성과 특기에 따라 학생 선발을 하겠다는 현 정부와 정반대의 공약을 내놓은 셈입니다.

논란이 일자 당 대변인이 그런 것을 검토한 적 없다며 황급히 진화에 나섰습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재벌세를 도입하겠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계열사 출자로 받는 배당금에 대해 세금을 물리고, 문어발식 확장을 위해 금융기관 대출을 받는 부분에 대해선 세금감면 혜택을 주지 말자는 겁니다.

그러나 이 재별세에 대해 민주통합당보다 더 진보적인 통합진보당에서조차 말 뿐인 실속 없는 제도라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건 세금이 아니라 재벌이란 이유로 물리는 벌금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논란이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민주통합당은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으려고 10대 재벌에 대해서는 계열사 순환출자를 막는 출자총액제한제를 도입하겠다는 견해입니다.

민주통합당의 얘기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용섭 /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
- "날로 심화하고 있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1% 부자증세, 경제 민주화, 보편적 복지정책 등 실천 가능한 대안을…."

한나라당에서도 출총제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얘기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주영 /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 "이제 우리 대기업 집단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환부에 칼을 들이대야 할 것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서민경제 파탄의 책임을 대기업에 씌어 서민 표심을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출총제를 폐지한 정부와 재계는 펄쩍 뛰고 있습니다.

기업규모와 투자내용을 따지지 않고 획일적으로 총량을 규제하는 출총제는 더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투자를 못 하게 하면 오히려 일자리 창출을 막을 뿐이다는 논리입니다.

재벌개혁이 아니라 재벌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재벌 때리기라는 반응입니다.

한나라당이 쏟아내는 공약은 정부와 엇박자를 내면서 뭔가 허술하다는 냄새를 풍기고, 민주통합당이 쏟아내는 공약은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하고 있습니다.

정책적 효과도 검증하지 않는 공약을 서로 베끼다 보니 그게 그거 같고 차별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설익은 공약에 넘어갈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돈 봉투 사건으로 국민에게 이미 충분히 실망감을 준 정치권이, 설익은 공약을 쏟아내면서 국민 혼란만 부추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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