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공채 족쇄, 왜 유독 개그맨에게만 가혹할까
입력 2012-02-02 13:31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겹치기 출연? 꿈같은 이야기였죠. 가수, 배우들과는 달리 유독 개그맨들은 ‘공채 에 대한 책임감이 크니까요. 꼭 개그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타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배신자로 찍히는 경향이 있죠. 일종의 암묵적인 원칙(?) 같은 것이 있어요. 다행히 개그 붐이 일어나면서 점점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많아지는 것 같아 요. 뿌듯합니다.”
2003년 SBS 7기 공채 개그맨으로 입사, 공개 개그프로그램 ‘웃찾사 를 통해 화려한 전성기를 맞았던 개그맨 윤택이 MBN ‘개그공화국을 이끄는 새로운 사령탑으로 우뚝 섰다. 종편 4사 중 유일하게 자사 공채 개그맨 15명을 뽑은 매일경제 MBN, 윤택은 MBN 신입 후배들을 이끌며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현재 tvn ‘코미디 빅리그 와 함께 MBN ‘개그공화국에 출연중인 그는 그간 쌓아온 다양한 성공 노하우, 탄탄한 기본기들을 후배들이게 전수하고 있다.
MBN은 종편채널 중 가운데 가장 먼저 공채 개그맨을 뽑았어요. 지상파가 아닌 곳에서 일어난 획기적인 일이죠. 이 신입 개그맨들이 잘 성장해 두터운 인재 층이 형성되면 지상파 못지않은 힘을 발휘할 거예요. 보다 다양한 무대 경험이 가능해지고,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면 성장도 빠르겠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돕고 싶어요. 코미디의 전성기, 또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요.”
SBS 공채 출신인 그가 MBN 코미디언 실의 중책을 맡게 됐다는 소식에 일각에서는 의아해 하는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소속 집단 보다도 코미디언 전체에 대한 문제, 향후 개그계의 판도를 중요시하는 그다.
방송사를 옮긴 것이 아니냐며 오해들을 하시는데...사실, 무슨 의미가 있나요? 개그맨들에게는 워낙 출신 방송사에 대한 일방적인 의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개그맨들은 어디서든 자신이 준비한 개그를 보여줄 수 있고, 누군가를 웃겨 줄 수만 있다면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인걸요. 무대는 좁고, 설 기회도 적은 게 현실이잖아요. 아직까지 지상파에서는 일반적인 사항이 아니지만, 종편과 케이블에서는 소속 상관없이 중복 출연이 가능해졌고 개그맨들이 설 수 있는 무대도 넓어졌어요. 덕분에 개그의 경쟁력이 보다 높아질 겁니다. 1~2년 안에 갑자기 나올 순 없겠지만 이런 노력과 노하우, 인재들이 쌓여 폭발적인 무언가가 튀어 나오겠죠.”
MBN 코미디언 실. 일주일에 단 하루 휴식시간을 제외하고는 연일 아이디어 회의와 코너 연습으로 한창인 개그맨들. 월요일에 코너 1차 검사가 있어, 사실상 유일한 휴일인 일요일도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선후배들을 비롯한 모든 개그맨들은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직 선배 층이 두텁지 못해 아쉬운 부분들은 있죠. 빵 터지는 코너들이 하나 둘씩 생기고, 스타도 나와야 이를 중심으로 동료들도 자신감을 얻고 질투도 하고 건강한 경쟁을 하게 됩니다. 사실 벌써 가능성이 충만한 친구들이 몇몇 보여요. 무엇보다 쉴 새 없이 연습을 하는데도 그 모습이 참 행복해 보여요. 설 무대가 있다는 것, 준비한 개그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 그것이 이들을 지치지 않게 하는 거겠죠.”
그의 눈빛이 가늘게 흔들렸다. 어느덧 데뷔 10년차가 돼가는 그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잠시 말을 멈췄다. 오묘한 미소였다. 뿌듯하면서도 그리운 듯, 자신만만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듯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웃음이라는 건 내가 만들고 싶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치죠. 같은 행동을 했을 때, 어떤 사람은 크게 즐거워 하지만 누구는 불쾌할 수 있고. 또 어떤 이는 별 반응이 없기도 해요. 사람들이 흔히 개그맨들을 ‘실없고 정신없는, 가벼운 사람으로만 생각하시는데 꼭 그렇진 않아요. 일종의 직업병?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게 습관이 돼 끊임없이 시도를 해요. 잔잔한 호수에 자꾸 돌을 던지는 거죠. 사람들이 웃는 게 좋아서, 그저 나의 한 마디에 행복해하는 모습이 좋아 자신 하나쯤은 쉽게 수그려버리는 개그맨들...조금 더 좋은 시선으로 봐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그게 제 바람입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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