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위장이 무너지면 온 몸이 무너진다
입력 2012-01-30 12:16 

명치 끝이 갑갑하거나, 잘 체하고, 트림이 많이 나오고, 복부 팽만감이 심하고, 멀미나 오심, 역류 등 심각한 위장 증상을 겪고 있는가. 그렇다면 두통, 어지럼증, 안구 통증, 건망증 같은 뇌 부위 증상, 다크서클, 구취, 어깨와 뒷목 통증, 무력증과 우울증, 불면증 등을 동반하고 있지 않나?
필자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심한 위장 증상과 함께 거의 종합병원 수준의 전신 증상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다양하다 보니 원인을 알고 싶어 내과에서 내시경, 신경과에서 뇌 검사, 정형외과에 경추 검사,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 치료, 아니면 한방 진료까지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많은 약을 먹느라 고생한다.
그러나 문제는 수많은 검사에도 명확한 진단 없이 신경성, 역류성 위염 정도 외에는 특별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고, 치료를 받더라도 뚜렷한 호전이 없다는 것. 그렇다면 이런 난치성 전신 증후군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난치성 전신 증후군, 위장에 원인 있다!
수년간 환자들의 병태를 관찰한 결과 예외는 있겠지만, 모든 증상의 중심에는 위장의 문제가 있었다. 속이 편하면 머리도 안 아프고 마음도 편해진다는 것처럼, 전신 증후군을 만들어내는 원흉이 위장에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중증 만성 신경성 위장 장애 환자들에게서 복부에 덩어리 형태로 만져지는 심한 경결 현상을 확인했고, 이의 원인 물질이 담적(痰積)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거듭된 연구 속에 담적 독소가 쌓이면서 위장 외벽에 손상을 가져오고, 위장을 굳어지게 해 위장 질환 증상을 유발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 이것을 바로 전신 질환의 온상이 되는 '담적병(痰積病)'이라 명명했다.
담적병은 위장 외벽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병인 만큼, 위장 점막 내부의 표면만을 보는 내시경으로는 보이지 않으니 치료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웠던 것이다.

◆위장이 굳으면 온몸이 망가진다!
위장 점막에는 내시경에 안 보이는 작은 문이 있다. 이 문은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위장 내 해로운 물질이 있다고 신경이 판단하면 닫히고, 없으면 열리는 신비한 몸 보호 작용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 문이 손상되면 그 틈으로 유해물질이 들어가 외벽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문을 공격하는 유해물질은 주로 과식, 폭식, 급식, 독성 음식, 만성 변비, 과음, 담배, 스트레스로 인한 활성산소, 헬리코박터균, 진통․항생제, 면역억제제, 농약, 식품 첨가,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중금속 등에 의해 만들어진다. 특히 과식, 폭식, 급식, 야식은 분해되지 않은 노폐물을 만들고, 노폐물은 세균에 의해 부패하면서 독소를 발생한다. 독소가 위와 장 점막의 게이트를 뚫고, 독소가 투과되어 외벽 조직이 붓고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외벽이 굳어지면 위장 운동이 현저히 감소해서 명치끝 답답함, 가스 참, 역류, 트림, 잘 체함 등 증상이 발생한다.
문제는 담적병이 위장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노폐물 독소인 담적은 위, 장의 혈관과 림프를 통해 전신으로 미치는데 환자의 약한 곳으로 가서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특히 근육에 담 걸리는 현상, 두통, 어지럼증, 당뇨병, 건망증, 치매, 관절염, 우울증(위장 외벽에 우울증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 장애로 인함), 구취, 피부 오염, 어깨통증, 자궁 근종, 방광염, 전립선비대 등 다양하다. 실제 옛 선현들이 하신 열 가지 질병 중 아홉이 담병이란 뜻의 '십중구담(十中九痰)'이란 말이 실감 난다.
굳어진 위장은 소화제 등의 기존 치료로는 해결되지 않는데, 외벽에 침착된 담 독소를 제거하는 약물과 굳어진 조직을 풀어주는 물리적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담적병을 알게 되면서 위장 치료의 새로운 장이 열린 셈이고, 담적 치료는 전신 질환의 온상을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근본적인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질환의 증상이나 현상 치료보다 이를 유발한 배경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몸을 개선하여 병을 없애 진정한 건강을 찾아주는 참 의학이 아닐까.

[위담한방병원 최서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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