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국민과 검찰 앞에 선 박희태 국회의장
입력 2012-01-11 11:37  | 수정 2012-01-11 17:41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돈 봉투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국회 의원실을 돌며 300만 원이 든 노란색 돈 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30대 남성.

검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바로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였던 고모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 씨는 17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의원실 비서를 맡았던 인물로, 문제가 된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일했습니다.

고 씨는 특히 고승덕 의원실 보좌관인 김모씨가 300만 원을 돌려줬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고 씨는 전당대회 2~3일 전 고승덕 의원실을 찾아 고승덕 의원의 여비서인 이 모 씨에게 고승덕 의원에게 꼭 전해달라며 300만 원과 박희태란 한자 이름이 적힌 명함카드가 들어간 노란색 돈 봉투를 쇼핑백에서 꺼내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고승덕 의원의 보좌관인 김 모 씨는 전당대회 다음날인 7월4일 한나라당 당사 6층 대표실에 있던 고씨에게 돈 봉투를 돌려줬습니다.


그리고 고 씨로부터 '박희태 대표 비서 고OO'라고 적힌 명함을 받고 수첩에 돈을 준 시각을 적었습니다.

이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전당대회가 끝나고 당 대표실에서 비서란 명함을 파고 근무한 고 씨를 박희태 국회의장이 몰랐을까요?

현재 해외 순방 중인 박희태 국회의장은 돈 봉투 사건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고 씨 역시 4년 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오늘 고 씨의 경기 일산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고 씨를 연행해 조사할 방침입니다.

그리고 현금 300만 원을 묶은 끈에 특정 은행 이름이 적힌 것을 근거로 박희태 후보 캠프의 계좌 추적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효재 현 청와대 정무수석을 소환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이제 정치권의 눈과 귀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행보에 쏠리고 있습니다.

이준석 한나라당 비대위원은 지난 9일 MBN 뉴스 M에 출연해 사실상 박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준석 / 한나라당 비대위원
"저희 비대위에서는 이미 그런 부분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부탁하는 성명을 발표했고요.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시으리라 생각합니다.

[질문] 박희태 국회의장이 물러나는 게 맞다는 것이죠?

[답변] 입법부 수장이시기 때문에 그 문제는 제가 감히 말하긴 좀 그렇습니다.
어쨌든 한나라당의 역사를 오래 함께 해오신 분이니까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합니다.

이상돈 비대위원 역시 박 의장이 법적인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정치적·도의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며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검찰이 명확한 물증 없이 국가의전 서열 2위인 입법부 수장을 소환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검사가 국회의장 공관을 찾아 질의하는 정도는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실체가 드러나기는 어렵습니다.

만일 검찰수사가 한계에 부딪혀 디도스 사건처럼 비서인 고 씨가 박희태 의장에 대한 충정심과 공명심 때문에 박 의장 모르게 3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렸다고 결론 내면 국민이 믿을까요?

쇼핑백에 노란색 돈 봉투가 잔뜩 들었다는 고 의원 말이 사실이라면 수억 원에 달하는 돈일 텐데, 이 돈을 비서인 고 씨가 스스로 마련해 돌렸다면 국민이 믿을까요?

당 안팎에서는 박 의장이 국회의장직을 내려놓고 스스로 검찰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디도스 사건에 박희태 의장의 비서가 연루된 데 이어 돈 봉투 사건까지 터져 이미 국회의장으로서 권위는 더는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국민은 오는 18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오는 박희태 의장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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