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모델에서 연기자로 변신, 어느새 연예계 짬밥만 10년을 훌쩍 넘긴 이정진의 2012년은 좀 특별하게 출발했다. ‘여신 이민정과 호흡을 맞춘 영화 ‘원더풀 라디오(감독 권칠인)가 초반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정초부터 분위기가 좋다.
‘원더풀 라디오라는 대표작을 추가할 것만 같은 이정진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예상보다 더 거침없고 솔직한,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인터뷰는 연예인 이정진이 아닌, 다만 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 스스로 주위에 보면 있을 것 같은 남자”라 평하는 이정진의 영화 그리고 인생 이야기.
‘원더풀 라디오 스토리는 그야말로 원더풀하다. 청취율 2%로 폐지 위기에 몰린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긴급 투입된 이재혁 PD와 전직 아이돌 출신의 까칠한 DJ 신진아의 앙상블은 평범한 듯 하지만 눈을 뗄 수 없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두 사람 사이에 싹트는 사랑 이야기도 달달하다.
시나리오를 쓴 이재익 씨는 실제 라디오 PD로 현재 SBS ‘두시탈출 컬투쇼 연출자이기도 하다. 라디오국의 생생한 모습은 물론, 실제 PD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정진은 다른 건 몰라도 극중 이재혁이라는 인물은 이PD님이 꿈꾸는 인물이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정진은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로 핫 스타로 떠오른 뒤 이후 ‘마파도, ‘해결사 및 드라마 ‘9회말 2아웃, ‘사랑해 울지마, ‘도망자 플랜B 등 다수의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렇게 연기 외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이정진은 지난 2009년 돌연 예능 행보를 택했다.
작품 홍보를 위한 토크 프로그램에서조차 만나기 쉽지 않았던 그가 리얼 버라이어티라니. 짐짓 놀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남격)을 통해 다가가기 힘든 연예인이 아닌, 소탈한 남자 이정진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예능 출연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냉정했다.
‘남격을 해서 인지도가 올라간 건 사실이에요. 제 이름 석 자를 알게 된 분들이 많이 계시죠. 하지만 그 안에서 캐릭터로 승부했던 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달라진 건 없어요. 인지도가 상승한 덕분에 앞으로 좋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할 기회는 많아졌다는 점은 감사하죠.”
그랬다. 인기 예능 1년이면 그래도 꽤 대중이 친근하게 다가올 법 한데, 이정진이라는 배우가 지닌 아우라는 아직 여전했다. 하지만 이는 배우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선이자, 적당히 핫 한 배우이고자 하는 그의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정진은 굳이 자신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진짜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데 대한 욕심은 누구나 있겠죠. 하지만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진 않아요. 굳이 나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싶진 않아요. 자연스럽게 내 것을 하다 보면 알아주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생활은 사생활이고 연기는 연기니까요.”
다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계획도 현재로선 없다. 평생 안 하겠단 건 아니지만, 지금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내 자리가 아니라 판단하는 곳에는 결코 미련을 두지 않는다는 이정진이지만 자신 앞에 주어진 일에 대해서만큼은 무조건 잘 해내고자 한다.
이정진과의 오고가는 대화 속에선 욕심이 많은 듯, 표현하지 않는 속내가 엿보였다. 왠지 그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었으나 여지없이 실패했다. 말로 표현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대신 눈으로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불필요한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다짐 역시 그를 보여주는 캐릭터다.
연기는 끝이 없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연기라는 건, 진실성을 잃기 시작하면 찾는 사람들이 금세 없어져요. 일자리가 없어지는 거죠. 나는 하고 싶어도 상대방이나 혹은 다른 사람의 의지에 의해 설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거. 서서히가 아니라 어느 순간 훅 사라질 수도 있는거죠.”
이는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해 롱런하는 그가 펼쳐보일 또 다른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다소 무겁게 흘러간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던진 마지막 질문. 영화 속에서 걸그룹 출신 DJ와 호흡을 맞췄던 것처럼, 실제 걸그룹 출신 연기자와 연인 호흡을 맞춘다면 누구와 해보고 싶으세요?”
간단 명료한 질문이었기 때문일까. 돌아온 답변 역시 심플하다. 아… 많다.(웃음)”(이정진 씨, 언젠가 누군가와 연기하는지 꼭 지켜볼 겁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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