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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하모니, 중범죄 소년수형자들이 서럽게 눈물 쏟은 사연
입력 2011-12-26 11:07 

어느 날 술에서 깨어보니, 옆에 사랑하는 친구가 죽어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제가 범인이라고 했습니다. 떠나간 친구를 잊지 않기 위해, 친구의 사진을 넣어 시계를 만들었습니다. 사건이 있던 그 날에 멈춰 있는 시계... 평생 간직하며 한 순간도 그 날을 잊지 않을 겁니다.” - 박OO(20, 살인)
순간의 잘못으로 감옥에 가게 된 소년수형자들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세밑 안방에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18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방영된 성탄특집 SBS스페셜 ‘기적의 하모니에서 국내 유일의 소년 수형자 수용시설인 김천 소년교도소를 7개월간 밀착 취재했다.
TV에 모습을 내민 이들은 모두 만23세 미만 청소년으로 강도, 살인, 방화, 특수절도 등 중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됐다. 가난과 방황을 안고 살아오며 남들과 어울리는 법을 몰랐던 소년들은 철창 속에서 후회의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소년들을 새 사람으로 거듭나게 한 건 엄벌과 훈육이 아닌 ‘음악이었다.

‘슈퍼스타K를 통해 국내 최고의 멘토로 인정받은 이승철이 발 벗고 나섰다. 이승철은 ‘유명 뮤지션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선배, 형, 음악멘토가 되어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의욕은 넘쳤으나 처음부터 뜻대로 된 건 아니다. 악보는커녕 계이름조차 모르는 소년들이 어색하게 한 음 한 음 내보지만 고성방가와 다를 게 없었다.
어느 날 이승철은 소년들에게 제안을 한다. 후회와 다짐, 가슴 저미는 고백이 담겨있는 편지를 써오게 한 것. 그렇게 각자 진심으로 써 온 편지를 바탕으로 노랫말이 만들어지고 선율이 붙는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서울과 김천을 오가기 10여 차례. 이승철과 소년들은 점점 하나가 되어간다.
어두운 하늘 하루하루 힘겨웠던 날들. 후회해도 소용없었고 용서도 빌어봤지만…”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곡을 선물 받은 소년들은 드디어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난생 처음 느껴보는 온기에 눈물을 쏟는다. 기적의 하모니 속에 가족과 친구, 피해자들을 떠올렸고, 자신들을 위로했다.
한 때 구김살 없던 아이였을 소년수형자들의 삶의 굴곡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임을 전하며 방송은 끝을 맺는다.
시청자들은 선입견을 갖기 이전에 스스로를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 앞에서 눈물 참느라 혼났다” 어쩌면 문화예술을 통한 교화가 재범을 막는 최선일지 모른다” 등 다양한 의견으로 호응을 보냈다.
반면 피해자 가족들을 생각해볼 때 무조건적인 감동유발이 과연 타당한가”라며 경계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었다.
사진=SBS 방송캡처
[매경닷컴 MK스포츠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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