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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펫’, 이런 주인과 펫 어디 없나요?[리뷰]
입력 2011-11-03 14:25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음직한 판타지와 현실의 미묘한 경계선이다. 실제는 없을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또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있어도 그 예를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영화 ‘너는 펫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능력있는 30대 여성 은이(김하늘)와 촉망받는 클래식 발레 유망주였으나 포기하고 뮤지컬 배우와 안무가를 꿈꾸는 남자 인호(장근석)가 만나 동거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수차례 갈등 상황이 이들을 막지만 아지랑이가 춤을 추듯 두 사람의 사랑도 피어오른다.
남녀사이에 친구가 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이 관계를 이해 불가능하다고 할지 모른다. 아무리 영화 속 상상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해도 말이다. 둘의 관계는 개그콘서트의 ‘애정남 최효종의 말을 빌자면 참 애매합니다잉”이다. 여자가 주인, 남자는 펫(애완동물)이란다. 어디까지 허용이 되는 지도 애매하다. 애완동물이니 머리를 감겨달라고 하고, 한 침대에 같이 눕기도 한다.
남자는 애완동물 노릇을 톡톡히 하고, 어린 시절 함께 한 개 ‘모모를 떠올리며 남자를 기르던(?) 여자는 이 동물에게서 어느새 남자를 느낀다. 반려 동물이었는데 평생의 반려자로 생각이 바뀌어 가고, 애완동물로 얹혀사는 남자 역시 비슷하다.

김병곤 감독은 연출 데뷔작이지만 몇 편의 제작지원과 조감독 경험 때문인지 영화의 구성을 잘 한 것 같다. 연인이 되거나 될 확률이 높은 남녀 사이의 최대 갈등은 다른 인물의 등장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이거나 잘 생긴(또는 예쁜) 이가 남녀사이에 끼면 일은 커진다. 오해까지 더해지면 극은 더없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은이의 첫사랑이자 호감형 남자가 등장해 은이와 인호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것처럼.
물론 이 인물은 해결의 실마리도 주는 역할이다. 은이가 인호와 첫사랑 선배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에서 이미(어쩌면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긍정적인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
장근석은 정말 이 역할은 그가 아니면 안 된다 할 정도로 애교와 재롱의 정점을 보여준다. 과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시아의 프린스라고 자찬하는 그를 떠올린다면 딱이다”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을 듯하다. 특히 장근석의 팬이라면 쌍수를 들 것 같다.
스릴러 ‘블라인드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김하늘도 다시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돌아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나는 집 지키는 개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인호의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애정을 나눠줘야 하다는 말은 인간에게도 통하는 말이다. 인간은 생태계 최상위 계층의 동물이기도 하니까. 일본에서도 개봉을 하는 영화는 장근석의 노래와 춤 실력도 담겨 볼거리가 많다. 10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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