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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리뷰]갈림길 선 수치 여사의 선택은 슬픔 ‘더 레이디’
입력 2011-10-13 08:07 

단순한 한 사람의 선택이 아니었다. 수백만명의 목숨이 달린 선택이었다. 두 갈림길에서 갈등과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 ‘더 레이디는 민주화를 요구하며 끈질기게 싸운 미얀만의 ‘국모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족의 이야기인 동시에, 조국의 미래를 위해 애써온 수치 여사의 희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가족과 조국이라는 두 갈림길에서 수치 여사를 연기한 양자경은 힘들어하고 고뇌하며, 슬퍼한다. 그녀의 연기에 수치 여사의 그 아픔과 고통이 오롯이 전해지는 듯하다.
영국인 남편과 결혼해 평범하게 살던 수치 여사는 198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보러 미얀마에 왔다 충격적인 조국의 실상을 알게 된다.

붉은 스카프는 당신들을 죽일 권리가 있다는 뜻”이라며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살해하는 군부독재와 경제파탄에 시달리는 국민의 민주화 투쟁을 알게 된 수치 여자. 그는 조국을 위해 군부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수치 여사의 힘이 커지가 군부세력은 그를 오랜 기간 가택에 연금한다. 하지만 수치 여사의 민주화를 위한 노력은 끝나지 않는다.
영화는 무겁고 심각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수치 여사가 20여년간 조국을 위해 투쟁한 삶을 따라간다. ‘레옹 ‘제5원소 등으로 국내에 유명한 뤽 베송 감독은 수치 여사의 내면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최대한 건조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부인이자 엄마, 민주화를 요구하는 미얀마의 어머니로서 갈등하는 모습은 영화의 커다란 축을 차지한다. 양자경의 행동과 표정을 통해 수치 여사는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또 다른 축으로 남편을 비롯한 가족의 헌신적인 인내와 지지가 담겨 있다. 영국배우 데이비드 듈리스가 수치 여사를 위해 적극적인 지지를 하는 모습은 ‘외조란 이런 것이구나를 보여준다. 단식투쟁을 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다는 판단에 수치 여사를 노벨평화상 위원회에 추천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노력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영화 말미 부인과 남편의 엇갈림이 더 안타까울 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심심하다고 생각할 만큼 정적이다. 하지만 수치 여사의 삶과 투쟁을 인지한다면 엄청나게 동적이라고 볼 수 있다.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럴지라도 수치 여사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절대 아깝지 않다.
외국인이 말하는 것처럼 미얀마어로 연설하고 싶지 않다”며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애쓴 양자경과 액션보다 인물과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는 것을 좋아한다”는 뤽베송이 만들어내는 상승효과가 제대로 발현된다.
수치 여사의 선택에 있어 가치관을 들먹이거나,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는 없다. 설득력 있고 가슴이 아프기까지 한 이야기를 보고 지지하는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 충분할 듯하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지난해 11월, 가택연금된 수치 여사를 석방하고 올 3월 출범한 민간정부에 정권을 이양했다. 초대 민간 대통령으로 취임한 테인 세인은 수치 여사와 미얀마 민주화의 미래에 대해 논의해왔다. 초기 결실로 정부는 12일 정치범 300여명을 석방했다.
이 영화는 CJ E&M이 수입, 내년 3월 개봉할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해운대(부산)=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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