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133억짜리 '기상 1호'…"폭우 때 다른 곳에 있었다"
입력 2011-08-04 11:49  | 수정 2011-08-04 18:09
【 앵커멘트 】
폭우 같은 기상예보가 종종 틀리는 건 구름이 빨아들이는 수증기량을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기상청이 이를 보완한다며 거액을 투입했던 관측 장비가 정작 이번 폭우 때는 엉뚱한 곳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강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5월 말 처음 취항한 '기상 1호'.

바다에서 날씨를 관측하는 우리나라 최초 선박으로 무려 133억 원이 들었습니다.

당시 기상청은 이 '바다 위의 기상대'가 집중호우나 폭설 예보의 정확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특히 장마와 호우가 잦은 6월에서 9월에는 서해상에서 주요한 날씨 변화를 관측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기상청 운항 일지에 따르면 기록적인 폭우가 중부지방을 강타한 지난 26일, 기상 1호는 정반대 쪽 해상에 있었습니다.

▶ 인터뷰(☎) : 기상청 관계자
- "동해 쪽에 관측 스케줄이 있어서 그쪽으로 간 걸로 알고 있거든요. 폭우가 올 때 그 지점(서해상)의 관측을 안 한 걸로 알고 있어요."

폭우가 이어지던 29일까지도 기상 1호는 울릉도와 부산 등 동해에서만 맴돌았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깊은 바다에서 장비를 시험할 필요가 있어 동해로 갔고, 폭우가 시작된 후 서해로 넘어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렇다면, 기상 1호가 내세웠던 최첨단 관측력과 실시간 정보 기능을 동원해 폭우를 예측하고 서해상에 있을 순 없었던 걸까?

기상청은 이에 대해 당시 서해상이 특별히 위험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인터뷰(☎) : 기상청 관계자
- "민감한 지역을 보면 시스템에 중국으로 나와요.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민감한 걸로 나왔고, 제일 민감한 지역은 저기 중국 쪽으로 화중, 화남이었습니다."

또, 기상 1호가 제 기능을 하려면 내년쯤 가능하다며, 폭우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론을 내놨습니다.

▶ 스탠딩 : 강나연 / 기자
- "더 정확하고 신속한 예보라는 기상 1호의 출범 명분은 적어도 이번 폭우 앞에서 구호로만 남았습니다. MBN뉴스 강나연입니다." [melotus@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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