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손자 양육 조부모 건강에 ‘빨간불’
입력 2011-07-04 15:01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자녀 양육을 조부모의 손에 맡기는 사례가 늘면서 조부모들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대부분이 고령인데다가 아이를 돌보면서 수면도 불규칙해지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맞벌이 부부들은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자녀 양육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어린이집에서 생후 9개월 된 아이가 ‘수족구병 감염됐다는 여의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주영래 씨(35세, 남)는 혼자서 가정경제를 이끌기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선택했는데 아이가 수족구병에 감염된 후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며 병은 완쾌가 돼서 다시 어린이집에 보내도 되지만, 또 다른 전염성질병에 노출될까 두려워 아예 부모님께 계속 부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부모들은 손녀딸은 보는 것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다. 자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책임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락한 것이다.

손녀딸을 돌보고 있다는 박 모 씨(60세, 여)는 말도 못하는 손녀딸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느니 내가 조금 힘들어도 키워야 안심이 된다”며 그러나 60년 이상 꾸준히 지켜온 생활패턴이 하루아침에 손녀딸의 생활리듬에 맞춰야 하니 처음에는 잠도 제대로 못자고 먹는 것도 제때 못 먹어 하루를 제대로 버티기도 힘들었다”고 하소연 한다.


◆ 숙면 부족, ‘불면증·‘소화기질환 유발
돌 이전의 아이를 키우는 노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숙면이다.
아이가 2~3시간 마다 분유와 이유식을 찾고, 한번 잠이 들어도 3~4시간이상 긴 잠을 자지 않아 정상적인 수면을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아이가 낮잠을 자거나 쪽잠을 잘 때도 미뤄놨던 집안일로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기 일쑤이다.
결과적으로는 밤동안의 숙면보다는 쪽잠으로 수면을 대체하다보니, 수면장애가 쉽게 발생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하루 종일 만성피로감에 시달리게 될 뿐 아니라, 식욕저하로 입맛도 잃게 되며, 불규칙적인 식사로 소화기 질환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같이 수면장애나 불규칙적인 식습관으로 발생하는 건강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영양섭취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소화기 장애 등으로 입맛을 잃더라도 ‘죽이나 간편식 등을 이용해 가급적 제때 식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이때 한꺼번에 몰아서 폭식하는 것보다는 적은양의 식사를 여러 번에 나눠서 하는 것이 소화기 질환의 예방에는 도움이 된다.
◆ ‘캥거루 할머니 근골격계 질환 비상
아이를 품에 안은 모습이 마치 캥거루 같다고 해서 별명이 붙은 소위 ‘캥거루 할머니들은 근골격계 질환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캥거루 할머니는 하루 3~4시간 이상 아이를 앉고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손목, 어깨, 허리, 무릎, 허리 등 관절이 있는 곳은 모두 손상이 가기 마련.
따라서 아이를 안거나 업을 때는 최대한 몸을 낮은 자세로 해야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손목이나 허리의 힘으로 안기보다는 무릎을 꿇은 채 온몸을 이용해 안아줘야 관절에 무리가 따르지 않는 다는 것.
이와 함께 아이를 안기 전에는 항상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를 통해 적당히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가정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쎄라밴드(탄력 고무밴드)를 활용한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바벨을 활용해 팔목운동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조손육아 우울증 조심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집안에서만 생활해야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평소보다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쉽게 짜증이 나는 ‘조손 육아 우울증을 앓게 될 수 있다.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조부모 중 평소와 달리 기분동요가 심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울적해지며, 이유 없이 초조해지거나 불안해지는 일이 10일 이상 지속되면 ‘조손 육아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조손 육아 우울증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편안한 리듬의 음악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되며, 아이가 자는 시간에 5~10분정도 명상과 호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유사한 환경의 이웃집을 방문하거나 지인과 만나 동병상련의 대화를 하는 것도 우울감을 덜어주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전재우 서울시북부노인병원 과장(가정의학과)은 조손육아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소화기질환, 근·골격계질환, 불면증,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각별한 건강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평소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의 경우 규칙적인 생활패턴이 망가지게 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만성질환이 더욱 악화 될 수 있으므로 6개월에 한번 정도 정기검진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석영 매경헬스 [hansy@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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