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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캐리비안의 해적4’, “나는 해적이 아닌 강도다”
입력 2011-05-23 19:46 

캡틴 잭 스패로우의 눈물겨운 원맨쇼가 펼쳐진다.
지난 19일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4-낯선 조류의 상승세가 무섭다.
개봉 전부터 알려진 바와 같이 ‘캐리비안의 해적 4에는 전작에서 조니뎁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올란드 블룸과 키이라 나이틀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조니뎁의 비중이 커지느냐. 그것 역시 아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윌과 엘리자베스의 옆에서 영화의 흐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4에서 잭 스패로우는 변함없이 시시껄렁하고 유쾌한 캐릭터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잭 스패로우는 절대적인 힘에도 불구, 주연 자리를 꿰차지 못하는 비운의 캐릭터다. 나머지 부분을 잭 스패로우의 연인 안젤키라 역의 페넬로페 크루즈와 안젤리카의 아버지인 ‘검은 수염 역을 맡은 이안 맥쉐인이 채우고 있지만 허전함을 채울 수는 없다.

이 영화에서 가장 설득력 있어야 할 안젤리카와 검은 수염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관객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안젤리카와 검은 수염의 부녀관계 역시 애절함과 진정성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검은 수염은 악역이라 하기엔 많이 어설프지만 결단코 선하다고 할 수도 없는 미비한 존재감으로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거기에 디즈니가 새롭게 선택한 캐리비안 호의 선장 롭 마샬은 전작을 연출해 온 고어 버번스키의 박력에 훨씬 못 미쳐 아쉬움을 남기며 여기에 최고의 OST로 손꼽히는 한스 짐머의 음악이 없었다면 영화의 재미는 절반으로 뚝 떨어졌을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영화는 가장 큰 줄기가 되는 잭 스패로우, 안젤리카, 검은 수염 사이의 관계도 확실히 정리해 주지 않아 잭 스패로우가 왜 목숨을 내 던지면서까지 젊음의 샘을 찾아 헤매는지에 대한 해답도 제시하지 않는다. 새로운 갈등의 축으로 등장한 인어의 배치는 신선하지만 신선함과 눈요기감만을 던지고 어설픈 로맨스로 이어져 관객들을 실망시킨다.
여기에 굳이 왜 ‘캐리비안의 해적4를 3D로 제작해야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 당황스럽게도 해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캐리비안의 해적4에는 배나 바다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명색이 해적인 사람들의 활동 영역은 더 이상 바다 위에 떠 있는 배가 아니라 어둡고 무서운 계곡과 동굴이다. 육지에서 뛰어다니는 잭 스패로우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얼마나 될까.
이것이 ‘캐리비안의 해적4가 관객들을 위한 영화가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이런 형식의 영화라면 굳이 ‘캐리비안의 해적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필요가 없다. 해적 대신 강도가 더 맞지 않을까.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잭 스패로우라는 매력적인 역할과 조니 뎁이라는 엄청난 배우의 어깨에 모든 것을 맡긴 ‘캐리비안의 해적4는 그런 면에서 관객들에게 대단히 좋은 영화가 아님은 분명하다.
물론 조니 뎁의 잭 스패로우가 살아서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한, 관객들의 충성도는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류창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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