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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주혁 “멜로연기 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입력 2011-05-11 09:40 

김주혁은 내공이 있는 배우다. 그동안 출연한 10여편의 필모그래피. 작품을 통해 다양한 변신을 거듭해왔던 그는, 충무로에서 김주혁만의 영역을 확고히 했다.
최고의 흥행배우로 손꼽히는 건 아니지만, 그가 출연하는 영화는 속된 말로 ‘망하지 않았다. 중박 이상의 흥행 안타를 쳤고, 관객들이 사랑하는 배우도 됐다.
지난해 ‘방자전을 통해 파격 베드신을 선보였던 그가 이번엔 인민군 장교로 분했다. 개봉 중인 영화 ‘적과의 동침에서 엘리트 인민군 장교 ‘정웅 역을 맡아 전쟁통의 위험 속에서도 첫사랑 설희(정려원)와 마을 사람들을 돕는 가슴 따뜻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주혁은 휴머니즘과 따뜻한 느낌이 녹아든 시나리오가 좋았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적과의 동침은 1950년 한국전쟁당시 평화롭기만 하던 석정리에 갑자기 총을 든 인민군이 쳐들어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지만 순박하고 유쾌한 주민들의 로비로 아름다운 동거가 벌어진다는 휴먼코미디물이다. ‘킹콩을 들다의 박건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주혁은 ‘킹콩을 들다를 재미있게 본데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면서 북한 엘리트 장교 역인데 인민군 제복이 제법 잘 어울리지 않았냐”고 웃어보였다.
전쟁 당시 북한 장교가 훨씬 엘리트였대요. 극중에서 인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굉장히 매너있게 해요. 사투리 연기는 처음이었는데 저는 평안도 사투리를 했죠.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 사투리에 표준말이 섞인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전쟁 세대가 아닌 그였지만, 함께 출연한 변희봉 선생님의 도움이 컸다. 전쟁의 산 증인이어서 디테일한 감정 연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단다. 이번 영화에는 남녀 주인공인 김주혁과 정려원 외에도 유해진 김상호 양정아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극중 인물이 좀 많다보니 여러마리의 토끼를 잡는 느낌이었다”는 그는 충남 청양에서 촬영했는데, 비가 많이 와서 한달 정도 쉬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 영화에 대해 한국전쟁 당시 외딴 마을을 배경으로 한 점에서 ‘웰컴 투 동막골과 비슷해 보인다고 시선이 많다. 김주혁은 이부분에 대해 우리는 사실적으로 더 풀었어야 하는 부분인데, 리얼리티와 코믹 코드 사이에서 갈등이 많았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코믹 영화를 표방하지만, 큰 줄기의 사건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는 솔직한 견해도 곁들였다.
김주혁의 첫사랑은 정려원이 연기했다. 그는 정려원에 대해 가슴이 먼저 움직여야 연기하는 배우”라며 유난히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연기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상대 배우에게도 그런 기운을 줘 좋은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또한 여배우 복이 있는 것 같다”면서 작품을 하는 동안엔 사랑하려고 노력한다”고 털어놨다.
대부분의 여배우들은 김주혁과 연기하면 복 받았다”고들 말한다. 연기를 할 때 상대 여배우를 누구보다 잘 배려하고 챙겨주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에서 만난 정려원에게 역시 이 부분을 공개적으로 칭찬한 바 있다.
작품에선 터프남도 됐다가 소심남이 되기도 하지만, 실제의 그는 내성적인 면모가 많다. 부드럽고 로맨틱한 아우라를 풍기지만, 낯가림이 심하다.
촬영 외엔 특별한 관심사가 없다는 그는, 재미없게 산다. 이 일을 한지도 10년이 넘었는데 인맥이 정말 얇다”고 웃었다.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 탓에 ‘저 인간 까칠하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 인터뷰 중간중간 특별한 취미도 잘 하는 것도 없다며 엄살을 떨던 그는 촬영장 가는 일이 유일한 즐거움이다”고 말했다.
멜로영화에 누구보다 잘 어울렸던 그였지만, 멜로에 맞는 남자가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다만 멜로연기를 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고백하는 정도다. 그러나 마흔줄에 접어들면서 배우로서 더 무르익어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신기하게 바뀌더군요. 이제는 작품을 해도 적극적으로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인터뷰도 예전엔 솔직히 하기 싫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최선을 다해 뭐든지 하고 싶어요. 스스로 한층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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