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음주운전자는 봉(?)…사고 꾸며내 합의금 뜯어
입력 2011-03-28 10:51 
친구 끌어들여 뺑소니 조작, 경찰 추적에 덜미

교통사고가 나지도 않았는데 음주운전자의 약점을 잡아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며 합의금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의 집요한 추적에 덜미를 잡혔다.

28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주부 김모(43.여)씨는 지난 1월26일 오후 11시10분께 강동구 길동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혈중 알코올 농도 0.144%의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김씨는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를 몰고 귀가하다 길동전화국 앞에 주차돼 있던 세라토 승용차를 받고 도망갔지만 얼마 못 가 이면도로에 서 있던 아반떼 승용차 사이드미러도 들이받았다.

근처에서 사고 장면을 지켜본 하모(28)씨 등 2명은 김씨가 음주 상태란 점을 직감하고 세라토 승용차 뒤에 주차돼 있던 인피니티 승용차 주인 김모(28)씨와 일을 꾸미기 시작했다.


인피니티 승용차는 부딪히지도 않았지만 세 사람이 차에 타고 있다가 사고를 당한 것처럼 입을 맞추고 뺑소니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아반떼 승용차 주인도 만만치 않았다.

운전석에 앉아있다가 사고를 당한 차주 김모(26)씨는 지인 3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며 사고를 부풀렸다.

이들은 "일인당 100만원(합계 700만원)인데 깎아준다"며 합의금으로 모두 600만원을 요구했고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그랜저 운전자 김씨는 돈을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차량 수리도 해줬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들이 '진단서를 안 끊을 테니 합의금을 달라'고 했다는 그랜저 운전자의 말에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사고를 처음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경찰은 아반떼 승용차가 서 있던 장소 근처의 CCTV를 뒤져 사고 당시 운전석에 한 명만 타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차주 김씨 등에게서 범행을 자백받았다.

경찰은 인피니티 승용차 역시 흠집 생김새와 방향으로 미뤄 그랜저 승용차에 긁힌 게 아니라고 보고 두 차량의 흠집을 분석해달라고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해 예상했던 답변을 얻었다.

인피니티 승용차 주인 김씨는 흠집에 남아있는 페인트의 성분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는 담당 경찰관의 말을 듣고는 다음날 경찰서에 찾아와 사고를 꾸며냈다고 실토했다.

경찰은 이들 7명을 사기 등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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