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女판사 배려 이렇게"…男부장판사 매뉴얼 등장
입력 2011-03-27 11:17 
성적 불쾌감 언동 주의, 둘이 있을땐 문열고 업무
회식은 술자리보다 공연…음주시 안전귀가 확인도


신임 판사 중 여성이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큰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진성 법원장)이 부장판사가 여성 배석판사들과 일할 때 참고하도록 `세심한' 안내서를 만들어 눈길을 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여성 배석판사들과 함께 근무하는 부장판사의 유의점'이라는 매뉴얼을 작성해 여성배석 2명과 재판부를 구성한 남성 부장판사에게 나눠줬다.

이는 남성 부장판사가 성별ㆍ세대 격차나 젊은 판사의 문화적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오해나 불미스런 일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매뉴얼은 우선 여성 배석판사의 신체를 훑어보거나 몸에 접촉하는 행위, 야한 농담 등 성적인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하면 안 된다고 적시했다.


또 종교나 이성교제, 결혼 여부 등에 관한 대화를 피하고 여성 판사 한 명과 둘이서만 사무실에 있게 되면 문을 열어두라고 권했다.

재판은 쉬지 않고 진행하는 시간의 한도를 사전에 협의하되 생리적인 필요 등을 배려해 2시간 이상 지속하지 않아야 하며 합의 시에는 여성 판사가 무거운 서류철을 들고 이동하는 일이 없도록 부장판사가 배석 판사실로 직접 찾아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식사 속도가 늦는 경우가 있으므로 배석보다 빨리 마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외부 식당을 이용할 때는 순번을 정해 메뉴를 고르거나 배석판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며 야근을 위해 저녁을 먹을 때는 배석이 먼저 요청하지 않는 이상 따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회식은 술자리보다는 여성 판사의 취향을 고려해 공연이나 영화관람 등으로 다양화하고 음주 후 택시로 귀가하는 경우 차 번호를 적어뒀다가 무사히 도착했는지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매뉴얼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법관보다 특별 대우를 하면 안 되지만 여성이라는 특성을 고려한 배려를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최성준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는 27일 "매뉴얼이 비단 여성 배석과 남성 부장판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별이나 세대 차 등을 고려할 때 이들 간에 사고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클 것 같다"며 "이해부족으로 생기는 오해나 불편한 상황을 예방해 재판부가 잘 운영되게 돕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신임 판사 81명을 임명했는데 이 중 65%인 53명이 여성이었으며 현재 서울중앙지법은 민사합의 및 항소재판부 45곳 중 7개 재판부에 여성 배석 판사가 2명씩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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