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대통령 전용기 회항 사건으로 '사면초가'
입력 2011-03-16 10:10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이 대통령 전용기 회항 사건으로 인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대통령 전용기의 정비를 맡고 있는 대한항공의 책임론이 안팎으로 부각되면서 청와대 소환은 물론 전용기 동승이란 굴욕까지 각오해야 할 처지다.

청와대는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및 관계자들을 소환해 지난 12일 발생한 `대통령 전용기 회항 사건`의 진상을 강도 높게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전용기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전용기에 항공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동승하는 관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청와대, 격노…"지 사장 포함 경영진 소환할 것"

지난 12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향하던 대통령 전용기가 항공기 내부에 소음·진동이 발생하면서 급히 회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통령 전용기가 기체 이상으로 회항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청와대는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UAE에서 귀국하는 대로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있는 대한항공의 관계자들을 불러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소환 대상에는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도 포함됐다. 경호처는 조사과정에서 대한항공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대한항공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지 임차계약서의 관련 조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종 경호처장은 14일 UAE 아부다비에서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과 전용기 기장, 정비사를 청와대로 불러 정비가 완벽하지 못한 원인과 정비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공기흡입구 덮개(에어 커버)의 나사가 풀리면서 소음과 진동이 발생했다"며 "15일 지 대표의 청와대 소환 여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모 항공사의 정비 담당자는 "에어 커버는 항공기의 핵심 부품이 아닌 만큼 큰 고장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항공기의 경우 작은 결함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하지 않은 문제에도 회항하거나 출발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 "안전하려면 사장이 함께 타야"…지 사장 동승 가능성 높아져

지창훈 사장이 향후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용기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그룹 오너 혹은 항공사의 CEO가 전용기에 탑승하던 관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월 이전까지는 번갈아 대통령 특별기(전세기)를 운항했다.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찬법 금호아시아나 전 회장은 대통령 전세기에 동승해 운항을 점검했다. 지난해 4월 청와대와 대한항공 간 5년간의 장기임차계약이 성사돼 전용기 제도로 변화한 후에는 CEO가 전세기에 동승하던 관례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각에서는 대통령 전용기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항공사 CEO가 탑승하는 관행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전용기의 정비 불량은 대통령의 안위와 직결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대통령 전용기 안전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철저하게 재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코드 원(대통령 전용기)에 누가 타고 안 탈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지금으로선 대답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 대통령 전용기마저…`안전 불감증` 지적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한항공의 만성적인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한항공의 기체 결함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11월 18일에는 마드리드발 B777기가 엔진 결함으로 14시간이 지난뒤 출발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륙하려던 대한항공 B777기의 연료가 누수되는 결함이 발견돼 운항이 중단된 적도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해 후반기부터 엔진 결함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해 몇 차례 개선 명령을 내린 바 있다"며 "개선 명령이 내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조치가 됐다"고 설명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이번 전용기 회항 사건이 대한항공 정비사들의 안이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조진수 한양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핵심부품이 아니라 육안으로만 상태를 확인하다가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 전용기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정비 매뉴얼보다 강화된 매뉴얼을 적용해 운항과 직접 관련없는 부분이라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코드 원 항공기는 평균 23년 경력의 베테랑 정비사들과 숙련된 정비 인력들이 매일 체크하고 있다"며 "정비 수준이 높은 데도 이번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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