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천 집배원 사망사건' 경찰 초동수사 '허점'
입력 2011-03-06 16:24 


지난 3일 인천의 한 아파트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집배원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의 초동수사에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사건 발생 직후 아파트 CCTV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아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의 존재를 집배원이 사망한 지 이틀이 지난 뒤에야 확인, 검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방경찰청과 남동경찰서는 지난 3일 오후 6시께 보도자료를 내고 같은날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아파트 계단에서 집배원 김모(3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진 충격으로 머리를 크게 다쳐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당초 경찰은 김씨가 누군가의 습격에 저항하거나 결투를 벌인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점, 핏자국이 계단과 아래쪽 벽에서만 발견된 점 등 때문에 실족사에 무게를 뒀다고 말했다.

그러던 경찰이 타살의혹이 있다며 하루만에 갑자기 말을 바꿨다. 4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김씨의 부검 결과, 둔기로 머리를 여러 차례 맞아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가 숨진 지 이틀이 지난 4일 오후에야 뒤늦게 수사전담반이 구성돼 용의자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김씨가 아파트에 도착하기 직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남성이 아파트에 먼저 들어온 사실을 확인했으나 타살 의혹은 품지 않았다.

인천 남동경찰서 담당 형사팀장은 "CCTV 판독 결과 김씨와 비슷한 시각에 남자 1명이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내리는 것을 봤지만 당시엔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가 타살 쪽으로 나온 뒤에야 부랴부랴 아파트 현관과 엘리베이터에 각각 설치된 CCTV를 제대로 검토하고서 이 남성의 존재에 주목했다.

남성은 집배원 김씨가 도착하기 1~2분 전에 아파트에 먼저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9층에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16층과 17층 사이 계단에서 오후 3시께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 남성은 3시24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아파트를 떠났다.

더 나아가 경찰은 이 남성이 이전에도 약 2시간 동안 김씨를 계속 따라다닌 사실도 파악하지 못했다.

김씨가 배달하러 다녔던 같은 아파트 단지의 다른 3개 동에서도 이 남성이 김씨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몇 분 간격을 두고 같은 아파트에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은 경찰이 인근 아파트 CCTV들을 판독하기 시작한 4일 오후에야 뒤늦게 밝혀졌다.

남동경찰서 천명선 형사과장은 5일 "어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를 통보받고 아파트 CCTV를 다시 제대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남성의 존재를 발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살해됐다는 쪽으로 수사 방향이 전환됨에 따라 평소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은 없었는지, 그리고 금전ㆍ채무ㆍ여자관계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용의자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살해현장 주변의 CCTV 화면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 등 기초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족사라고 추정 발표한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김씨의 죽음이 실족사로 알려지면서 언론과 여론도 일대 혼선을 빚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김씨가 많은 우편물을 급히 배달하려고 계단을 이용하다 숨진 것처럼 보도했으며, 인천에 마련된 김씨의 빈소에는 각계 인사들이 방문, 집배원 처우 개선 등을 약속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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