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할인점 라면은 미끼상품…소비자 헷갈려
입력 2010-12-20 10:05  | 수정 2010-12-20 10:06
두 창고형 할인점의 요란했던 `신라면 가격인하 전쟁`이 20일 만에 막을 내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트레이더스 용인 구성점과 코스트코 서울 양재점은 절반까지 떨어졌던 신라면 1상자(30개들이) 가격을 지난 16일 `가격전쟁` 이전 수준으로 일제히 복귀시켰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구성점은 16일 7900원대에 판매 중이던 신라면 한 상자 가격을 두 배 가까운 1만4990원으로 올렸고, 19일에는 1만5890원으로 다시 인상했다. 코스트코 양재점도 12일까지 8100원대였던 신라면을 19일 1만5790원에 판매 중이다.


지난달 26일 트레이더스 오픈 당시 각각 1만5990원, 1만6490원 이었던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의 신라면 가격은 지속적으로 추락하다가 이달 12일 각각 7990원, 8190원으로 바닥을 찍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20일간 신라면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탄 양상을 보였다.


`신라면 가격전쟁`은 구성점을 리뉴얼해 국내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 뛰어든 트레이더스가 촉발했다. 국내에서 이 시장을 독점해 온 코스트코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두 회사는 상대편 매장에 가격 모니터 요원을 파견해 하루에도 서너 차례 신라면 가격을 인하하면서 출혈경쟁은 갈수록 가열됐다. 양사의 가격파괴 전쟁으로 신라면은 품절사태까지 빚어졌다. 신라면뿐아니라 고추장, 생수 등 일부 품목 가격도 시소게임을 펼쳤다. 오세창 트레이더스 구성점장은 "본사 방침에 따라 16일부로 가격을 다시 올린 것"이라며 "코스트코와 따로 합의를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라면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기존 이마트 매장보다는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일 만에 두 회사가 가격을 원위치로 돌린 것은 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을 장기화하는 것이 기업의 이미지나 수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 모두 이번 가격경쟁으로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는 3만원의 회비를 받는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비회원제인 트레이더스보다 가격경쟁에서 버티기 쉬웠을 것"이라며 "오히려 반사 이익으로 회원 수가 늘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레이더스도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 안착하는 데 있어 이번 라면 가격 파괴로 소기의 효과를 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가격경쟁이 붙은 점포 수와 품목이 제한적이라 양사 모두 큰 손실을 입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라면이란 대중적 미끼 상품을 통해 `다른 제품도 싸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신라면을 통한 집객 효과와 대용량 제품을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이란 특성 때문에 양사 모두 한 달간 매출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이처럼 오락가락하자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19일 코스트코 양재점을 찾은 김정윤 씨(대치동ㆍ38)는 "신라면을 즐겨 먹어 지난번에 한 박스를 구입했는데 일주일 새 가격이 두 배로 뛰어올라 놀랐다"며 "계속 저가를 유지할 줄 알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몇 박스 더 사둘 걸 그랬다"고 말했다.

신형미 씨(일원동 ㆍ43)도 "8000원 대로 가격이 내려갔을 때 코스트코 양재점에서 라면을 샀는데 가격이 두 배가 돼 이번에는 사지 않으려고 한다"며 "가격 변화 진폭이 너무 크니 소비자들은 헷갈린다"고 말했다.

[심윤희 기자 / 차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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