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통령 1호 정규직 전환 자회사, 민주당·노동계 인사로 채워
입력 2020-02-03 15:55  | 수정 2020-02-03 17:05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정규직 전환 1호 사업장인 공항 공기업 자회사 임원 자리가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모회사인 공항공사 뿐만 아니라 자회사 자리까지 넘보면서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기업이 여전히 낙하산 인사의 재취업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매일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자회사 임원 현황을 취재한 결과 5개 자회사중 3곳의 사장 자리를 노동계·정당·관료 출신이 꿰찼다. 공교롭게도 3개 자회사는 김포국제공항 등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 소속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 2곳의 사장은 민간 기업출신으로 임명돼 대조를 보였지만 2인자격인 실장자리에 노동계 출신이 대거 포진했다.
김포국제공항 등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KAC)의 1호 자회사인 KAC공항서비스(14개 지방공항·4개 공항시설 관리운영)는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 실장, 문재인 대선후보 노동캠프 팀장·특보를 역임하고 민주당 홍보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상연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공항 보안검색이 주 업무인 항공보안파트너스는 문재인 대통령실 경호처 차장을 지낸 신용욱씨를 대표로 영입했다. 신 대표는 문 대통령 퇴임 후 사저 경호 예산 22억원을 편성한 것과 관련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으로부터 집중 질의를 받은 인물이다. 부산에 본사를 둔 남부공항서비스(남부권 공항·영·호남 10개 공항시설 관리 운영)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부산진구 지역위원장 출신 조영진씨가 맡고 있다. 조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부산진구청장(2014), 부산진구을 국회의원(20대 총선), 부산진구청장(2018) 선거에 출마했다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반면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 2곳은 민간 기업 출신이 사장을 맡아 대조적이다. 인천공항시설관리(공항시설·시스템 관리) 장동우 대표는 지엠대우자동차 부사장, 인천공항운영서비스(공항운영지원·환경미화) 정태철 대표는 SK브로드밴드 경영지원부문장(전무), 스마트미디어산업진흥협회장을 지냈다. 하지만 자회사 2곳 모두 상임이사 2명중 한 명은 노동계 출신 인사가 임명됐다. 인천공항시설관리 관리총괄실장은 민노총 상임회계감사, 민노총 인천지역 일반노조 조직총괄위원장을 지낸 최동식씨가, 인천공항운영서비스 관리지원실장은 유한양행 노조위원장,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위원을 지낸 박광진씨가 맡고 있다. 박 실장은 인사 상생지원, 교통 등 운송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3곳은 각 각 2명의 상임이사중 한 명을 공모중인데 회사 안팎에서는 이전의 사례를 들어 낙하산 인사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로 인한 폐해가 적지 않다는데 있다. KAC공항서비스의 경우 기획본부장 자리가 3개월째 비어있다. 본부장으로 임명된 민주당 김현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김태영씨가 임기 2년을 채우지 않고 지난해 11월 사직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통령비서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근무를 위해 중도 사퇴했다. 김 본부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KAC공항서비스 노사는 임금협상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12월 18일 전면파업까지 예고되는 등 공사 창립 사상 초유의 진통을 겪어야 했다.
이를 두고 공항 안팎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적폐라고 공언했던 문재인 정부는 다를 줄 알았지만 여느 정부와 다르지 않다"면서 "심지어 새로 만들어진 공기업 자회사까지 보은·재취업 창구로 활용하는 행태에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자회사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공항 서비스 등 관련 업무 경험이 적고, 친노동계 인사가 들어오면서 파업 등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상황"이라면서 "이 같은 낙하산 인사에 대한 피해는 공항 이용자인 국민이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부 소유의 공항공사가 출자해 만든 자회사지만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아 관리감독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항공기업은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매년 평가를 받지만 자회사는 공공기관 자회사로서만 존재해 모기업의 통제만 받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회사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임금인상 등에서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 밖에 없어 고의로 배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자회사의 경우 국민을 직접 상대한다기 보다 모기업 청사 청소 등 관리 업무를 하기 때문에 모(母)기관 책임하에 관리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자회사의) 처우개선 등을 염두에 두고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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