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만들기만 하면 끝?"…수백억 투입된 '흉물' 근린공원
입력 2019-09-20 19:30  | 수정 2019-09-20 20:21
【 앵커멘트 】
집 주변에 멋진 공원을 만들었다기에 들뜬 마음으로 입주했더니, 물은 썩어가고 흙먼지와 잡초만 가득하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세금 수백억을 써가며 만든 공원들인데 이렇게 방치되고 있습니다.
관리 부족으로 흉물이 된 현장을 손하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기름띠가 둥둥 떠다니는 물가에는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두껍게 쌓인 하수 찌꺼기를 파헤쳐보니 돌로 만든 바닥도, 엉켜 비틀어진 식물도 드러납니다.

언뜻 하수처리장처럼 보이는 이곳은 지난 2011년, 272억 원을 들여 만든 수변공원입니다.

▶ 스탠딩 : 손하늘 / 기자
- "냇가에 앉아 쉴 수 있게 설계된 계단은 완전히 흙으로 덮여 있고, 제가 딛고 서 있는 아래 계단도 늪지대처럼 발이 쑥쑥 들어가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생식물도 완전히 쓰러져 죽어 있는데, 과연 물은 어떨까요? 검게 오염된 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냄새를 맡아봐도 굉장히 역합니다."

갈대가 쓰러진 갈대밭은 위험을 알리는 통제선에 막혔습니다.


얼마 전부터 공원 바로 옆에 아파트 8천 세대가 입주를 시작했는데, 악취가 진동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정도입니다.

▶ 인터뷰 : 인근 주민
- "냄새나고 쓰레기 많고, 산책하는 사람도 없어요. 한번 걸어보고는 안 가요."

수질을 개선하려면 공원 건설비만큼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 관련 논의는 더디기만 합니다.

▶ 인터뷰 : 최원호 / 주변 아파트단지 입주자 대표
- "단지 꾸며만 놓는다고 될 게 아니라, 유지관리에 대한 대책과 계획까지도…."

175억 원을 들여 최근 만들어진 다른 공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공원 벤치는 마구 자란 잡초에 파묻혔고, 놀이터로 가는 길은 어디가 통로인지 구별이 안 됩니다.

▶ 인터뷰(☎) : 의정부시 관계자
- "기간제 근로자를 배치해서 (관리)할 거고요, 적시에 못 한 건 맞죠. 공원 107개를 관리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만들어 놓기만 하면 끝, 세금 수백억이 들어간 근린공원이 관리없이 방치된 채 흉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손하늘입니다.
[ sonar@mbn.co.kr ]

영상취재: 임채웅 기자, 현기혁 VJ
영상편집: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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