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어벤져스 광풍` 극장가 휩쓸다
입력 2019-04-24 14:07  | 수정 2019-04-24 14:46

어벤져스가 국내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이정도면 광풍 넘어 신드롬이다. 역대 최고 예매율을 기록 중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어벤져스4) 얘기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개봉일인 이날 오후 기준 '어벤져스4' 사전 예매율은 96.7%, 예매관객수만 자그마치 224만명에 이른다. 역대 최고치다.
'어벤져스4' 개봉 첫날 열기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첫 개봉 시간인 오전 7시부터 불과 4시간 30분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해 1121만명이 관람한 전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어벤져스3)가 개봉 첫날 100만명을 모은 기록을 오전 한나절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관련 기사 A32면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이 정도로 관객이 많이 몰린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며 "관객 반응도 좋아 한국 영화시장 사상 최단기 1000만 관객 돌파가 예상된다"고 했다. 현재 역대 최단기 1000만 관객 달성 영화는 김한민 감독의 '명량'(2014)이다.
이날 극장가는 이른 아침부터 '어벤져스4'를 보러 온 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직장인은 아예 반차나 월차를 내거나, 대학생은 수업까지 빼먹으면서까지 영화를 보러 왔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CGV에서 만난 고영미(35)· 조성웅 씨(35) 부부는 "영화 한 편 보러 나란히 반차 낸 건 살면서 처음이다. 시리즈 마지막인만큼 스포일러(영화 내용 유출) 당하고 싶지 않아 아침 일찍 왔다"고 했다.
밤 지새우며 티켓 예매를 시도했다는 대학생 박진희 씨(20)는 첫 상영이 끝나고 눈물을 흘렸다. 박 씨는 "어벤져스와 이별할 시간을 완벽하게 제공해준 엔딩에 감동받았다"며 "이미 네차례 추가 예매했는데 안 울게 될 때까지 그 이상 보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어벤져스4' 예매를 둘러싼 과열 경쟁으로 암표 거래마저 성행하고 있다. 일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4~11만원에 예매권을 양도한다는 글이 올라온 게 한 예다. 북미지역에서는 거래 사이트 이베이에 접속자가 밀려들어 500달러(한화 약 57만원)에 현지 티켓이 팔려나간 바 있다. 국내 멀티플렉스 측은 암표 거래 포착시 예매 취소 등 제재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어벤져스4' 개봉으로 다른 영화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관객 수요가 '어벤져스4'로 몰려들자 기존 상영관마저 이 영화로 교체되고 있기때문이다. CGV 티켓 판매 아르바이트 일을 하는 김 모씨는 "아이맥스, 4DX(오감 체험 상영관) 등은 일주일 내내 매진이기에 다른 영화 상영은 최소화하고 있다"며 "아침부터 관람객들이 몰리는 것을 감안해 근무인원도 대폭 추가됐다"고 전했다.
현재 '어벤져스4'가 확보한 스크린수는 2855개(24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로 사상최대규모다.
지난해 '어벤져스3'는 개봉일 2460개 스크린으로 출발해 최대 2553개를 배정받았다. 개봉 첫 주말 상영점유율은 77.4%로 상영작 10편 중 7~8편이 '어벤져스3'였다. 당시 스크린독과점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던 이유다. '어벤져스4'는 이보다도 심화된 상황이여서 독과점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극장들은 관객 수요에 따른 결과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영 회차는 수요가 반영된 예매율에 입각해 편성되기 때문이다. 스크린 상한제 등 인위적 제한 장치가 없는 실정에선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이유다. 극장 관계자는 "다양성을 위한다지만, 관람객이 없는 영화를 누가 극장에 걸겠냐"며 "다른 영화 상영 회차를 늘리면 '어벤져스4'를 보려는 관객들 수요를 거스르는 셈"이라고 했다.
'어벤져스4'는 2012년부터 이어진 시리즈를 집대성한 네 번째 영화이자 22번째 마블영화다. 지난 세 편의 '어벤져스' 시리즈를 본 국내 관객수는 총 2870만명, 역대 마블 영화 21편의 누적 관객수는 1억 667만명에 달한다.
[김시균 기자 /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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