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포대교 자살 방지 펜스 무용지물…경찰 "잘못 만들었다"
입력 2019-03-14 19:31  | 수정 2019-03-14 20:29
【 앵커멘트 】
서울에서 투신 시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마포대교에 방지 펜스가 만들어진 지 2년이 넘었습니다.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로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취재진이 직접 현장을 담당하는 경찰관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우종환 기자입니다.


【 기자 】
"자살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구조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하네요."

서울에서 가장 투신 사건이 많은 마포대교에 방지 펜스를 설치한 건 지난 2016년 12월.

이듬해 "투신이 줄었다"는 평가와 "효과가 없다"는 반박이 맞서왔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투신 시도자를 구조하는 영상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어떻게 넘어갔는지 한 남성이 펜스 건너편에서 버티고 있고, 경찰관과 구조대원들이 안간힘을 씁니다.


"잡으세요. 잡으세요."
"넘어오지 마시라고 XX!"

다른 영상들을 봐도 투신 시도자들이 펜스를 넘어가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구조 전담 경찰관은 투신 시도를 막기 위해 설치된 펜스가 소용없다고 말합니다.

높이가 충분하지 않고, 와이어로 막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 인터뷰 : 권상현 /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 "뚫려 있다 보니 넘어가고자 마음먹으면 쉽게 넘어가는 구조고…아예 아크릴판으로 막지 않는 이상…."

직접 펜스를 확인해보니, 발 디딤을 막는 미끄럼 장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덜 미끄러워졌고, 펜스 위에 손을 올리면 미끄러지게 한 롤러도 거의 작동하지 않습니다.

▶ 스탠딩 : 우종환 / 기자
- "현장 경찰관들은 투신 시도자들이 이용하기 쉬운 취약지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여길 보시면 다른 곳보다 펜스가 낮고, 아래쪽에는 발을 밟고 올라가기 쉬운 곳이 돌출해 있습니다. 제 뒤에는 비상시에 누르라고 설치한 비상벨이 있는데 이걸 오히려 밟고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여길 보시면 생명의 전화 옆으로 와이어가 끊어져 임시로 보수한 상탠데요. 이 때문에 와이어가 헐렁해지면서 쉽게 지나갈 수 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에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위로하는 사람을 형상화한 동상이 있는데요. 이조차도 펜스를 넘어가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펜스 설치 전 한 해 200명이 넘었던 투신시도자 숫자는 이듬해 160명 정도로 줄어든 뒤 지난해 다시 200명 가까이 늘어났고, 사망자 역시 큰 변화가 없습니다.

경찰은 서울시에 펜스를 개선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펜스를 재조사한 뒤 전문가 협의 등을 거쳐 올해 중 새 펜스 설계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북미에서 손꼽히는 자살 명소로 오명을 가졌던 캐나다 블로어 고가다리는 60여 년 동안 500명이 넘게 숨졌지만, 2003년 펜스를 설치한뒤 사망자는 단 한 명으로 줄었습니다.

투신 방지 펜스가 자살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겠지만, 투신 시도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N뉴스 우종환입니다. [ ugiza@mbn.co.kr ]

영상취재 : 유용규 기자
영상편집 : 박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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