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2월 7일 뉴스초점-위탁모 아동학대 대책없나
입력 2018-12-07 20:09  | 수정 2018-12-07 20:50
위탁모는 15개월 된 아기에게 하루, 한 끼를 줬습니다. 어떤 날은 우유 한 잔이 전부였죠. 왜냐, 아이가 설사를 해서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는 게 싫었거든요.

아이를 보면 화가 났는지 폭행도 수시로 했습니다. 그러다 아이는 의식을 잃었고 뇌의 80%가 손상된 채 숨졌습니다. 지난 10월 발생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사설 위탁모 아동학대 치사 사건'입니다.

이 사람은, 아동 학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년 전에는 아이의 부모가 보육료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를 목욕시키다 일부러 화상을 입혔습니다. 또, 올해 초에는 6개월 된 아이를 욕조에 빠뜨려 숨을 못 쉬게 하며, 심지어,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기까지 했습니다. 드러난 것만 이 정도니 그동안 얼마나 더 많은 몹쓸 짓을 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아이의 비명이 자주 들리니 아무래도 이웃 주민들이 보기에도 이상했겠죠. 그래서 의심 신고를 한 것만도 다섯 번이나 됩니다.

하지만, 이 위탁모는 단 한 번도 입건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실수로 목욕하다가 데였다'는 위탁모 말만 듣고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거든요. 나머지 신고도 모두 위탁모의 진술만 듣고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한 번이 아니라 다섯 번이나 그랬는데 정말 제대로 꼼꼼히 둘러본 게 맞을까요.

게다가, 이 위탁모는 정신 병력도 있었습니다. 10년 넘게 심한 우울증을 겪었고 검찰 조사 과정에선 폐쇄 병동에 입원했던 사실도 드러났죠. 그런데 위탁모를 무려 7년이나 했습니다.

왜냐구요. 우리나라에는 사설 위탁모가 능력과 인성을 갖췄는지 검증할 시스템 자체가 없거든요.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지자체 그 어디에도 이들을 관리하는 부서나 법령은 없습니다. 그러니 부모들도 이 사람이 자격이 되는지 확인할 길이 없고, 어쩔 수 없이 '그냥 믿고' 아이를 맡길 수밖에요.


우리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사설 위탁모 자격이 까다롭습니다. 미국의 경우, 반드시 범죄 경력이 있는가 확인을 하고, 영국에서는 범죄 경력 조회는 물론,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상황이 여의치 못해 아이를 남한테 맡겨야 하는 부모는 여전히 많습니다. 뻔한, 실제 도움도 안 되는 탁상머리 행정으로 끝낼 게 아니라, 이런 분들이 믿고 안전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기본 제도와 시스템'부터' 마련을 해줘야 합니다. '학대'라는 단어는, 천사 같은 아이들에게 어울리지도, 더 이상 따라붙어서도 안 되는 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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