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실감 안 나"…남측 이산가족, 설렘 품고 금강산으로 출발
입력 2018-08-20 10:56  | 수정 2018-08-27 11:05
이산가족 89명, 오후 3시 단체상봉으로 65년만에 가족과 재회…2박 3일 일정 시작


남측 이산가족들이 북측 가족과 재회하기 위해 금강산으로 출발했습니다.

남측 이산가족 89명은 동행 가족과 함께 오늘(20일) 오전 8시35분쯤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버스를 타고 금강산으로 향했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이들을 배웅했습니다.

형과 함께 북측의 조카를 만나는 90살 이병주 할아버지는 '잘 주무셨느냐'는 질문에 "너무 설레서 잘 못 잤지요. 늙어서 일찍 깨기도 하지만…"이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북측의 이복 여동생들과 상봉하는 70살 신종호 씨도 "어제 9시 못 돼 잠들고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났다"면서 "몸은 어디 아픈 데 없이 좋다. 거기 가서도 좋아야지"라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북측 조카들을 만나는 96살 이시득 할아버지 역시 떨리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어제 잘 잤고 5시쯤 일어났다"면서 "아직은 기분이 어떤지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습니다.

조카와 상봉하는 93살 이관주 할아버지는 "내래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번에 우리 조카 만나면 이제 죽을 날만 받아놓은 거지. 이번에 만나면 내가 죽을 때까지 못보는기야"라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평양 출신인 이 할아버지는 "이번에 우리 아들 데리고 같이 가는데 그 이유가 있다"면서 "형님 자식들 이번에 만나면 이쪽 남쪽 내 자식하고 그쪽 조카들하고 서로 사촌지간 아니갔어. 우리가 죽어도 남과 북 사촌끼리 맺어줘야 하니까"라며 울먹였습니다.


대다수 이산가족은 이른 시간인 오전 6시 30분 이전에 황탯국으로 아침 식사를 한 뒤 7시쯤부터 로비에서 대기했습니다.

한적 자원봉사자는 다행히 간밤에 건강에 문제가 생긴 이들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마음이 다들 급하신 것 같다. 워낙 급하신 마음에, 어서 출발하시고 싶은 마음에 버스도 빨리 타고 싶으실 것"이라며 "건강히 다녀오시란 마음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오후 3시부터 금강산호텔에서 단체 상봉의 형식으로 2시간 동안 꿈에 그리던 북측 가족과 만납니다. 분단 이후 만날 수 없었던 남북의 가족이 65년 만에 재회하는 것입니다.

이어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북측 주최로 환영 만찬이 이어져 남북의 가족이 금강산호텔 연회장에서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게 됩니다.


이산가족들은 22일까지 2박 3일간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얼굴을 맞댈 기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정부는 이산가족 중 고령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의료·소방인력 30여 명을 방북단에 포함했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육로와 헬기 등을 이용해 신속하게 남측으로 후송할 계획입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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