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4월 19일 뉴스초점-댓글의 정치학
입력 2018-04-19 20:10  | 수정 2018-04-19 20:35
'평창 올림픽 남북 공동 입장을 반대하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반대하라'.
드루킹이 올린 거로 의심되는 댓글들입니다.

댓글 조작은 의외로 쉽습니다.
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매크로'란 프로그램만 있으면 되니까요.
포털 사이트에 특정 기사가 올라오면 '좋아요'나 '싫어요'를 자동으로 클릭하고, 또 관련 댓글에 다는 '공감'·'비공감'도 자동으로 선택해 단시간에 네티즌들의 주목을 확 끕니다.
드루킹이 의도했던 게 이렇게 여론을 한 방향으로 몰아버리는 것, 사실 우리도 여기 많이 휩쓸립니다.

일반인들은 실시간 검색에서 상위에 올라 있는 기사를 주목하기 마련이거든요. 게다가 기사 제목만 읽고 곧바로 댓글 창에 호불호를 표시하는 누리꾼도 많습니다. 여론 조작을 의도한 이들과 누리꾼들의 의사 표현 방식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여론이 왜곡될 위험이 충분한 거지요.

때문에, 순위별 노출이나 매크로 프로그램 등으로 조작이 가능하게 한 포털 사이트의 운영 시스템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인터넷 댓글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의견까지 나온 만큼 포털 사이트의 운영 시스템을 바꾸든지 댓글 조작에 대한 처벌을 보다 강력하게 하든지 뭐든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도 그쪽으론 조용하죠?

유신 시대, 체제 보전을 위해 누군가 희생양을 만들고 이를 언론에 흘려 정국 전환을 시도했던 거 기억하시죠?
지금의 드루킹 사태는 그 주체가 정부냐 민간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과거 공작정치의 행태와 너무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다만 시스템의 전환으로 문제를 줄이거나 끝낼 수 있는데도 그럼에도 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게 더 가슴 아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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