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세차 노린 부동산 소유자의 이중매매 유혹 억제" VS "사기죄로 처벌 가능"
입력 2018-03-22 15:47  | 수정 2018-03-22 15:48

"짧은기간 가격 변동이 심한 부동산 시장에서 이중매매를 처벌하는 것은 매도인의 유혹을 억제하는 순기능 있다"(박억수 대검찰청 공판송무과장)
"명백하게 다른 사람을 기망한 경우 배임죄가 아닌 사기죄로 처벌해 사회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민현 변호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를 놓고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부동산을 타인에게 팔기로 계약하고 중도금까지 받은 이후 동일 부동산을 또다른 사람에게 파는 등의 행위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현재 대법원 판례다. 다만 최근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하급심 판결이 나오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59·사법연수원 15기)는 "부동산 거래의 안전보장을 위해 이중매매에 대한 처벌 여부는 공공 관심사다"며 "판례 변경 등이 가져올 영향력 등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분석되고 제시되고 있다"고 공개변론 실시 취지를 설명했다.
이중매매는 중도금이 존재하는 한국 부동산 거래의 특수성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제도다. 영국은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사무변호사를 통해 부동산 관련 조사 등이 마무리되면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을 넘겨 받는다. 프랑스도 10% 정도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잔금을 지급한다. 독일은 부동산 매매대금을 등기와 동시에 전액 지급하는게 일반적이다. 일본도 계약금과 잔금만으로 이뤄지는 계약이 대부분이고 중도금을 받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법적 규정이 없는 중도금을 관행적으로 주고받고 있고 중도금 지급 여부가 배임죄를 처벌하는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 박 과장은 "중도금 지급 관행이 후진적이거나 위험 방지하기 위한 애스크로우, 공증인 제도 등 다른 대안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판례를 변경하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명기 변호사는 "계약 의무 불이행으로 구금돼서는 안되고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면 된다"고 맞섰다.

부동산업계와 학계 등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정지욱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정책연구실장은 "배임죄로 처벌이 안되면 부동산 시장이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주지홍 부산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계약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최초 계약자에게 금전적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제도를 고치면 된다"고 반박했다. 과도기적 방법으로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도인이 피해자에게 손해 회복 의사를 적극적으로 보이면 형사처벌은 면해주는 방향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갑준 대한법무사협회 법제연구소장도 "일정시점을 정해 과도기적으로만 형사처벌을 유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법리 문제와 별개로 유명무실한 가등기 제도를 개선하고 공인중개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채종원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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